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 열고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 완료에 따른 그룹 현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둔 갈등을 끝내지 않은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협조는 하겠다면서도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그룹 재건에 필요한 현금 조달을 위해서라도 금호타이어 상표권 갈등을 쉽게는 마무리 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전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했다.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누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든 좋은 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데리고 있던 임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금호타이어가 잘 되길 기원한다. 도와줄 수 있는 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할 일이생기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계열 분리 작업을 하고 있어 지원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도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두고 채권단과 갈등이 종료되지 않은 점을 보면 ‘도와준다’ 라는 말이 특별한 의미는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9월 이동걸 주요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회장과의 만남에서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 측은 이를 상표권을 무상 양도하고 ‘금호’ 관련 상표권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의미일뿐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시 모호한 의견을 내놨다.

박삼구 회장도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소 긍정적인 태도로 협상을 하겠으나 금호그룹이 손해를 감수하는 정도는 경계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호홀딩스가 내년 3월 산업은행에 상환해야하는 561억원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적이다. 박 회장은 "담보 채권이기 때문에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과 상관없이 상환 기일까지는 연장이 가능하다"며 "상환통보를 받게 되면 리파이넨싱을 통해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재건된 금호그룹은 “운수, 건설, 항공 등을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금호건설은 업계에서 15위 정도 되는데 건전한 건설사로 키울 예정이다. 고속 분야는 운수업계에서 단연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운수업, 건설업, 항공업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해 탄탄하고 건강한 그룹으로 성장시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재인수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의 입장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매우 달콤하긴 하지만 더 이상의 자금여유가 없는 것이 금호타이어 인수 포기 배경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 상표권 갈등 등을 통해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 역시 "금융권 등에서는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항공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금호타이어 인수 우려 때문에 항공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엇갈렸다"며 "이제는 금호타이어에 대한 짐을 벗고 항공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재건될 금호그룹에는 금호타이어가 제외될 것임을 밝혔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금호타이어 인수에 자신의 경영권까지 내걸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월 12일 제출한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에 금호타이어가 유상증자 및 중국법인 지분매각을 통한 합작추진이 실패할 시,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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