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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디폴트' 베네수엘라, 가상화폐 ICO로 숨통 틔울까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국가 부도(디폴트) 위기에 몰린 남미 베네수엘라가 돌파구로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발행을 추진한다.

미국발(發) 금융제재로 자국화폐가 '휴지조각'이 되는 등 국가 경제가 마비된 상황에서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ICO(가상화폐공개)로 자금을 수혈받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실효성은 미지수지만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부터 선진 투자시장이 가동중인 국가까지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 열풍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국영 VTV 주간 프로그램에 등장해 국가가 보유한 석유, 천연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 매장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페트로(petro)'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가상화폐 발행은 우리가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 금융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블록 체인 전망대(blockchain observatory)'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시일정 등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가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ICO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ICO는 다수의 개인∙법인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개념이다. 주로 가상화폐가 기반으로 하는 기술, 서비스, 상품 등을 매개로 가상화폐 가치가 매겨진다.

마두로 대통령이 가상화폐 발행 추진 이유로 미국의 금융봉쇄 타개를 못박은 점도 ICO 도입 가능성을 높인다.

60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투자자들과 부채관련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이 지난 8월 미국 금융기관이 베네수엘라 정부나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신규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해외채무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내년 인플레이션이 2300% 이상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공식적으로 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했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3개월 안에 다시 디폴트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베네수엘라가 발행하는 가상화폐의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의 성공은 발행기관에 대한 신뢰로 이뤄지고, 한 국가에 대한 신뢰척도는 외환보유고 등 경제 수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가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첫 국가는 아니다. 앞서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등이 국가 차원에서의 가상화폐 구축에 관심을 가졌다.  

동유럽 에스토니아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에스트코인(Estcoin)'을 발행하고, 조만간 ICO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ICO 진행 시기나 발행 규모 등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도 정부가 공인한 가상화폐인 '크립토루블(CryptoRuble)' 발행을 결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구성된 유라시아 경제연합국 중에서 선제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미국 선물시장 상장 이슈와 맞물려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가상화폐 발행은 가상화폐의 제도권 금융시장 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대장주' 비트코인은 오는 18일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기술주 중심 증권거래소인 나스닥(Nasdaq Inc.)도 내년 상반기 중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거래가 이뤄지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나 파생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높다. 제도권 진입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규모가 2000억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기관 자금까지 들어올 경우 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의 영향력도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 세계 국가들의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나라와는 관념적 간극이 있다.

가상화폐 시장 투기과열 현상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는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국회 입법으로 추진되던 '가상화폐 규제법안'을 정부안으로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가상통화를 매개로 한 거래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ICO 금지, 가상화폐 거래소 불법규정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오경선 기자  seon@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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