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 뉴시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올 하반기 M&A(인수·합병) 시장 최대어인 대우건설에 도전장을 내면서 진정성에 관심이 쏠린다.

호반건설은 그간 건설사 인수판의 단골손님이었지만 대개 결과가 불발로 끝났던 전력이 있는데다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은 과거 입질했던 매물들과는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내부에서도 인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니면 말고'식의 양치기 입찰이거나 대형건설사 핵심 경영정보 입수 등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건설ㆍ금융업계에 따르면 11월13일 예비입찰 마감으로 닻을 올린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인수 후보군이 3곳으로 좁혀진 상태로 보인다.

국내 건설사인 호반건설과 중국 국영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미국의 글로벌 부동산개발 투자기업인 트랙(TRAC)이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SCEC는 2015년 기준 매출 112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건설사이자 세계 최대 건설업체다.

대우건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3곳 다 가격을 싸게 적어낸 것 같다. 업계에선 과연 이번에 (매각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라며 "대우건설 내부에선 이왕 한 곳을 택하라면 CSCEC를 원한다는 분위기가 돈다"고 전했다. 과거 '새우'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돼 만신창이가 됐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결과로 읽힌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호반건설은 인수 희망가격으로 1조4000억원 가량을, TRAC은 1조5000억원 정도를 써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희망 매각가격인 2조원보다 30% 낮은 수준이지만, 산은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엔 팔겠다는 입장이다. 매각 대상은 산은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 50.75%와 경영권이다.

산은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국내 정서 등을 감안해 제시 가격이 비슷하다면 국내 기업인 호반건설이 사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예비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공식, 비공식적으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을 경우 일약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게 된다. 호반건설은 작년 울트라건설(현 호반산업)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호반건설 입장에서 토목, 플랜트, 발전 등을 아우르고 있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1조원으로 호반건설(1조1815억원)의 9배가 넘는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아니다"쪽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호반건설은 건설업계에서도 대표적인 현금 부자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4500억원, 유동성 자산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산은이 인수가를 대폭 깎아주더라도 회사 곳간을 털면서까지 경영 리스크가 있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지는 의문이다.

과거 전력을 두고 불편한 시선도 있다.

호반건설은 기업 인수합병에 자주 참여했지만 실제 성사된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7월 SK증권과 9월 한국종합기술 인수전에서 호반건설은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막판에 발을 빼거나 소극적인 베팅으로 무산됐다. 2015년에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단독참여했지만 워낙 낮은 가격을 써내 불발된 바 있다. 지난해 인수한 울트라건설의 경우 인수금액이 200억여원에 불과했다.

연막전술일 수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대우건설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울 때 외형계획이 아닌 내실계획을 짜는게 호반이다. 도급순위 13위인데 몇 년안에 10위권에 진입하자. 가령 연 매출이 2조인데 몇 년안에 5조 달성하자 이렇게 안한다"면서 회사 패턴 자체가 보수적인데 이번 인수 참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외형에 대한 목표없이 철저히 수익성을 따진다.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도는 사업은 진행안하고 기다리는 성향이다"며 "그런데 대우 인수건이 나오니 솔직히 의아해하는 면이 있다. 업계 입장에서 대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M&A때는 실사를 하거나 내용분석을 위해 법무법인, 회계법인과 용역계약을 맺는데 그것조차 없었다"면서도 "주식거래할 때 최저가에 걸어놓듯 시장가격이 2000원이라 떠들어도 우리는 1000원을 적어낸 뒤 싸면 사고 아니면 말고 이런 (회사) 기조는 있다"고 소개했다.

호반건설이 M&A 내공 쌓기 또는 대우건설 내부 사업구조나 경영 정보 등을 살펴보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A프로젝트 M&A 검토할때 생긴 노하우를 B프로젝트 M&A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하우 습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를 실사하면 그 회사를 현미경식으로 들여다볼수 있다. 그것만해도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등 글로벌 우량기업이 플랜트 시공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이 강했지만 예상을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매각 흥행에 비상이 걸리면서 5일 대우건설 주가는 5780원에 장을 마감해 산은이 매각공고를 냈던 10월13일과 비교할때 19.2% 낮은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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