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직원이 단톡방에 대책안 미리 공개...미공개정보 이용 투자 가능성

 

민용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대책회의 보도자료 사전유출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일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투자자 피해 위험성이 제기된다.

시장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정부 대응책이 현저하게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민용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가상화폐 대책안 사전유출과 관련해, 관세청 사무관이 단체 채팅방에 보도자료를 올리면서 유출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13일 오전 정부부처 관계자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오후 2시30분경 대책안 내용을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2시경 가상화폐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보도자료 내용 일부가 사전 유출됐다. 해당 내용은 미성년자와 외국인에 대한 계좌개설 및 거래금지,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 실태조사 시행 등 최종 정부 발표내용과 유사했다.

정부에 따르면 관세청 사무관 A씨가 13일 오전 10시13분 관세청 외환조사과 전·현직 직원 17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 자료 사진을 게재하면서 정부 대책안이 유출됐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 경 1900만원 선을 횡보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10시 40분 1790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전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가 긴급회의 이후 '고강도 규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주를 이루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발표된 대책안에 '가상화폐거래 전면금지' 등 시장에 치명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정부를 통해 예고된 규제 내용을 강화하는 것에 머물렀다.

비트코인 가격도 정부 대책안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인 오후 2시 50분경 1900만원으로 반등해 이전수준을 회복했다.

사전에 정부 대책안 자료를 확보해 비트코인을 저가에 매수했다면, 이날 약 4시간만에 최대 6.14%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61만4000원을 손에 쥔 셈이다.

제도권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경우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해두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챙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13일 발표된 정부 긴급대책안에도 투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과 가상화폐거래소 운영 규율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투자금 모집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는 데 그쳐 가상화폐시장 운영과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위한 가이드라인 측면에서 규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