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 오너가 비리'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김성현 기자] 횡령·배임 등 1750억원대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최근 지주사 설립 등을 통해 변화를 시도한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총수부재라는 리스크에 대해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실형이 선고됐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날을 세웠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 신영자만 구속...신동빈 범행 동기 부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경영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 서미경씨 등 롯데 총수일가 1심 선고 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 신영자 전 이사장은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법정구속되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조해 그룹 계열사를 총괄하는 신동빈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그릇된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가담했다. 절대 위상을 가진 아버지의 뜻을 거절할 수 없다 하더라도 범행 과정에서의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다만 피고인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으로 입지를 탄탄하게 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피고인의 이해관계와 일치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신동빈 회장의 집행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 경영비리 사건의 주도자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 몰아주기, 부당급여 등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결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미경씨, 서미경씨의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롯데쇼핑에 77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사실상 그룹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 서씨의 딸에게 고문료 등 명목으로 롯데계열사의 자금 총 117억여원을 급여로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또 2009년 보유 중이던 비상장주식을 롯데그룹 계열사 3곳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 할증해 매도하는 방식 등으로 94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미경시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여원을 포탈한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됐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는 당시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총수자리에 오르기 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2008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계열사 12곳에서 391억여원 상당을 허위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부실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에 499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검찰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비리 결심공판에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 신영자 전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게는 7년, 신동주 전 이사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이날 판결로 법정구속이 된 사람은 신영자 전 이사장 뿐이다.

이날 재판을 마친 신동빈 회장은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항소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 ‘뉴롯데’ 선포한 롯데그룹 안도 한숨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의 집행유예로 총수부재를 우려한 롯데그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신동빈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을 경우, 롯데가 추진해온 ‘뉴롯데’는 곧바로 암초에 부딪힐 위기였다.

특히 이제 막 설립된 지주사의 경영이 위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0월 12일 롯데그룹은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4개 계열사의 투자 부문을 분할·합병한 롯데지주를 공식 출범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 동안 한·일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해온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1.4% 수준만 있다.

롯데홀딩스의 전폭적인 지지로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승리하고 총수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이사회의 변심에 따라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는 위태한 위치였다.

하지만 지주사 설립과 함께 13%의 지주사 지분을 확보해 실질적인 한국 롯데의 총수자리를 굳히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시작과 동시에 옥중경영을 해야 하는 위기였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는 해임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분석이었다.

이번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됨으로 이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죄만 장애물로 남게 됐다.

뇌물공여에서도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게 되면 한국 롯데의 총수자리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을 마친 후 롯데그룹 이종현 홍보담당 상무는 “재판부 결정을 존중한다. 롯데는 모든 임직원들이 합심해서 보다 투명한 기업,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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