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사흘째인 23일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체육관을 찾은 조문객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청북도 제천 스포츠센터 희생자들의 영결식이 잇따라 엄수된다.

23일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장경자(64)씨의 발인식이 열린 데 이어 24일에는 봉사 천사인 정송월(51)씨, 3대가 비극을 맞은 김현중(80)·민윤정(49)씨와 김지성(18)양, 대학 새내기가 될 예정이었던 김다애(18)양, 박한주(62)·박재용(42) 목사 등 19명의 영결식이 제천과 충주, 광주 등지에서 열린다.

아침 일찍 봉사활동을 하고 목욕탕을 찾았다 영원히 남편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부인의 사연,

수능시험을 치른 뒤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가 계신 제천을 찾았다 3대가 함께 희생된 사연 등이 전해지며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제천 스포츠클럽 화재 수사본부는 23일 건물주와 관리자, 목격자와 부상자 등 45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화재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강력계, 광역수사대 등 7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는 건물주 등의 업무상 과실을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애초 지상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 전기공사 또는 하수 배관 열선 공사 도중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발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런 공사는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잇따르며 토치 등 화기를 사용하다 스티로폼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으면서 참사로 이어졌다는 종전의 가설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상 9층, 지하 1층 총면적 3813㎡ 규모인 이 스포츠센터는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유족 30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 미흡을 비판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마음만 먹었다면 2층 여성 사우나 유리창을 깰 수 있었고, 그랬다면 훨씬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진화 현장에서 2층 사우나에 사람들이 있다고 수차례 유리창을 깨 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당국은 초기 출동 당시 건물 인근에 대형 LPG통이 있고 주차장에 15대의 차가 불타고 있어 접근이 어려워 사다리를 이용해 밖에서 2층 유리창을 깰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천을 전격 방문하며 화재 현장을 살피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일일이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범정부 차원의 수습을 약속했다.

24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해 화재 상황 및 피해수습 대책을 점검할 예정이다.

제천 화재 사고는 지난 21일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 삼키면서 2층 목욕탕에서만 여성 20명이 숨지는 등 29명이 희생됐다.

163명이 희생된 1971년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 49명의 희생된 1972년 서울시민회관 화재에 이어 기록이 시작된 1966년 이후 역대 12월 화재 사고 중 세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