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월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남북화해 분위기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현 회장이 가족사였던 현대상선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전 임원 및 현대상선의 전 대표이사 등 5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고 15일 밝혔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과거 체결된 계약들을 검토 중에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매각 과정에서 부당한 계약체결사항을 발견했다.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의 발행 주식 및 신주인수권 등을 공동매각(현대상선 47.7%, 현대글로벌 24.4%, 현정은 등 13.4% 등)하는 과정에서 피고소인들이 현대상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대상선은 피고소인들이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후순위 투자(1094억원) 및 영업이익 을 보장(연 162억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로지스틱스가 약정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후순위 투자금액 전액이 상각되는 등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은 또 국내외 육상운송, 항만서비스사업 등의 사업부문에서 5년간 독점적으로 현대로지스틱스만을 이용해야하며, 해외 인터모달(내륙운송) 및 피더사업(근해운송)의 영업이익이 162억원에 미달하는 경우 현대상선이 그 미달하는 금액을 현대로지스틱스에 지급하도록 계약됐다.

현대상선은 피고소인들이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가격 상승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현대상선에만 현대로지스틱스 앞 후순위 투자와 각종 독점계약체결, 해외사업 영업이익 보장 등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측은 현 회장이 자식처럼 애지중지했던 현대상선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하며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측에 서운하다. 당시 죽어가는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한 일이다. 5명을 고소한 것 까지는 좋은데 현정은 회장 이름만 실명으로 공개하고 나머지 피고소인은 공개도 안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산 매각 등 유동성을 확보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사회 결의 등 적법적인 절차를 거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진행했으며 현재 상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다. 피고소인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통해 적절히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회사 로고를 'HYUNDAI(현대)'가 아닌 'HMM'으로 변경하는 등 계열 분리 후 현 회장과의 거리를 두며 향후 새 주인을 더 수월하게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상선이 현대그룹 관계사로 정지이 전무 등 현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정보기술(IT)업체 현대유엔아이의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로 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부인했다.

현대그룹의 주력기업이던 현대상선은 해운업 불황에 따른 막대한 적자로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을 실시, 이듬해인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 등을 매각했다.

이어 2016년 7월 출자전환과 현정은 회장 등 대주주 지분 감자 등을 단행했으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최대주주가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되면서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됐다.

당시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사재 300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은 적선동 사옥에 세들어 살다 2010년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 등을 이끌고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사옥으로 이사를 오며 현대그룹의 부흥을 꿈꿨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01년 서울시 계동 사옥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하고 종로구 적선동에 있던 옛 현대상선 사옥도 프랑스계 투자회사에 팔았다. 현재 연지동 사옥 동관엔 현 회장의 집무실이, 서관엔 현대상선 유창근 대표의 집무실이 있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에게는 각별한 기업이다. 현정은 회장은 부친때부터 이어온 해운업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회장은 1964년 신한해운을 설립한 뒤 현대중공업이 2척의 유조선을 수주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사돈의 연을 맺었다. 신한해운은 1984년 신정부의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로 현대상선에 통합됐고 현영원 회장은 1995년까지 현대상선 대표이사 회장을 맡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의 어머니는 학교법인 용문학원(용문중학교, 용문고등학교)의 이사장인 김문희씨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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