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계기 관련 기업들 기대 고조...북핵·국제제재가 관건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중단된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얼어붙었던 남북의 대화 창구가 다시 열리면서다.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에 이용했던 서해육로를 올림픽 대표단과 응원단 등의 이용 경로로 제안하고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열기로 합의한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과정에서 경제협력을 우리 측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 경협은 북한 핵문제 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면 남한의 대북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대회기간인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올림픽 플라자 내에 홍보관을 운영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의 필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회장 신한용)은 평창올림픽이 종료되는 2월 25일 이후 패럴림픽 개최 이전에 문재인 정부 들어 두번째로 방북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북핵 문제의 진전을 보며 남북경협 재개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북핵 이슈와 연동돼 있어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 범위 내에 있다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나서게 된다면 그 속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들어 남북 관계가 단절되기 전까지 북한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

남북 경제 교류의 시발점이 된 1988년 7.7선언 이후 대우인터내셔널(現 포스코대우), 현대종합상사 등을 통한 단순 교역 형태로 시작된 남북경협은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등 섬유업계의 북한 현지업체와 합작, 위탁가공업 등으로 발전했다.

섬유 위탁가공업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는 삼성, 대우, 현대 등 대기업들도 끊임없이 물밑 접촉을 시도하며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타진했다.

삼성은 1991년 실무진의 북한 접촉에 이어 1995년 계열사 임원들로 방북 대표단을 구성해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둘러봤고 1998년 10년간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 업체와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을 추진했다.

1992년 북한의 초청으로 김일성 주석을 만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평안남도 남포공단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봉제공장 건설에 대한 허가를 얻었다. 이후 최초의 남북한 합영회사인 민족사업총회사를 세우고 512만 달러를 투자해 1995년 대우남포공장을 건설해 가동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추진하자 남북 경협의 선봉에 섰다.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001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방북,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금강산 사업을 성사시켰다.

현대는 1999년 2월 대북사업을 전담할 현대아산을 설립, 이후 개성공단 개발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실무를 맡으며 경협의 상징이 됐다.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노력을 위한 6.15 공동 선언을 발표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대북사업을 적극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는 대북사업을 선도하며 서해안 공단개발사업, 금강산관광개발 사업 등을 추진했다.

삼성은 북한 대동강TV에서 생산·반입한 컬러 TV를 시판하고 북한에 50만평 규모의 전자단지 건설을 모색했다. LG는 컬러TV 합영사업과 국제 물류센터 건설, 자전거공장 조립사업 등을 검토했다.

코오롱은 코오롱상사를 통해 의류 임가공을 지속하는 한편, 화학섬유·필름 등 주요 생산라인의 북한 이전을 타진했다.

쌍용은 양회를 중심으로 시멘트 수출과 생산설비 합작사업을, 효성은 섬유·화학·중공업·정보통신·무역 등의 대북사업을 모색했다.

SK, 현대차, 한화, KT, E1, 금호산업, 롯데, 진로(現 하이트진로) 등도 사업성을 검토하며 경협 가능성을 저울질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상그룹(당시 미원그룹)도 1993년 10월 금강산 동북부 온전리 지역 개발에 관한 가계약을 맺었으며 CJ그룹은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에 식품 공장을 짓는 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뽀로로’ 캐릭터는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팀과 협업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이 2000년 8월 초고속인터넷장비의 임가공 및 바둑프로그램을 수입하며 인연을 맺은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협업해 만들어졌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경협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끌 대안으로 부각됐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15일 ‘통일냄비’를 첫 제품으로 생산하며 본격 가동, 2016년 2월 중단되기 전까지 125개 기업이 입주해 북측 근로자 약 5만4800명, 남측 근로자 약 800명이 근무했다. 누적 생산액은 32억 달러에 달했다.(2015년 12월 기준)

개성공단은 섬유를 중심으로 기계금속, 전기전자, 화학, 종이목재, 식품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했으며 원부자재, 음식재료, 설비 물품 대부분을 남쪽에서 조달해 부품 등 연관산업의 활성화도 컸다.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 교역은 1989년 1800만달러에서 2015년 27억1447만달러까지 150배나 급증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기념하는 남북 합동 문화행사 등을 준비하기 위한 정부 선발대 관계자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23일 오전 강원 고성군 동해선도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북한 금강산지구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998년 11월 금강호의 동해항 첫 출항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10년 동안 200만명의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북한은 관광객 1인당 50~100 달러씩 입장료를 받아 매년 4000~50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금강산 관광은 이산가족 상봉, 장관급 회담, 군장성급 회담을 성사시키며 만남과 평화의 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정부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의 대북 기조는 강경노선으로 전환, 남북 경협은 급속히 냉각됐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북한군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조치로 개성공단 등 대북 신규투자는 불허됐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개성공단도 북한 4차 핵실험으로 2016년 2월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공단 운영의 갑작스런 중단으로 인한 우리 입주기업의 피해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공단이 중단된 이후 몇몇 기업들은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나갔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경협 규모는 1989년 1800만달러에서 2015년 27억1447만달러까지 급증했지만 개성공단이 중단된 2016년 3억3256만달러로 급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누적 기준 91만 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을 돕는다는 차원보다 고임금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을 위한 시급한 대안이다. 인건비, 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섬유 등 경공업 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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