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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찬 안전칼럼]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 <안전문화교육훈련진흥원 김진찬 원장, 행정안전부 산하 전국자율방재단 중앙회 교육본부장>

[위클리오늘신문사] 지난 29일 당·정·청은 국민 안전대책 등 현안을 논의해 화재안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면 점검하고 올해 2월5일부터 3월30일까지 54일 간 전국 약 29만 곳 시설에 대해 국가안전대진단을 하기로 했습니다.

29만 곳의 안전진단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재원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쉼 없이 진단을 해도 매일같이 5370곳을 진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54일 간의 대점검에서 한꺼번에 29만 곳을 점검한다면서도 ‘내실 있는 진단’을 강조한 총리의 다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부실 진단이 될 것이란 지적이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과거 안전진단과 마찬가지로 떠들썩하게 시작했지만, 대부분 육안 점검이나 건축주 자체 점검으로 ‘수박 겉핥기 식’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는 복잡한 전기배선으로 화재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전통시장 한 곳만 제대로 점검하려해도 몇 일 씩 소요돼야 하는데, 54일 동안 29만 곳의 ‘내실있는 점검’은 안전 전문가를 전부 동원해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몇 일 안에 전국 단위의 진단을 내실있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는 안전문제에 대한 단기적이고 보여주기식 접근보다는 장기적 접근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건·사고에 대한 문제의 발단은 대부분 ‘사람’에게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사람들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합니다.

단편적인 예로 가연성 건축재를 쌓아놓은 공사현장에서 안전대책도 없이 불꽃 튀는 용단(용접·절단) 작업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용단 작업에 대한 안전 수칙이 마련된 상태에서도 매년 1천 건 넘게 관련 화재가 반복되고 있어 규제 강화를 비롯해 안전 의식을 높이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2014년 5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2016년 9월 김포시 장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2017년 2월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도 사용된 산소 절단기의 불티가 스티로폼으로 튀면서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이들 모두 용단 작업 중 불티로 발생한 대표적인 안전불감증이 낳은 화재입니다.

특히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의 경우, 불법적으로 소방 설비를 끄고서 용단 작업을 하는 바람에 52명이라는 많은 사상자를 유발했던 인재였습니다.

대부분 참사의 원인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이익을 우선시 하는 ‘사람-안전불감증’에 의해 발생합니다.

비단 영세업자가 아닌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들도 안전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예로 2013년 ‘노량진 배수장 수몰 익사사고’의 악몽을 떠 올릴 수 있습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대표적인 인재이며 대형 산업재해 사례로 손꼽힌다. <자료=안전보건공단 산재예방안전수칙 가이드북 발췌>

이는 그해 7월15일 서울 노량진동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때 일어난 사고로, 위험상황에서도 서울시나 시공업체, 감리업체 어느 곳도 공사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습니다.

이날은 5일 간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가 올 때는 상수도관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강행해 많은 사상자를 낸 후진국형 참사였습니다.

또한 위급상황 발생 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재난대책만 믿고 있다가 큰 낭패를 겪는 일은 좌·우 정부가 바뀌거나 담당 장관이 바뀐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의 안전대책과 관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의 근무태만으로 빚어지는 재난도 시민들의 비판에서 비껴갈 수 없는 한 부분입니다.

지난해 경기도 시흥시나 천안시의 폭우로 인한 피해도 “그 동안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에도 끄떡없던 지역이 이번에 50mm도 안 되는 비에 온 집안이 완전히 잠겼다”는 홍수피해 시민들의 절규 뒤에는 도로 하수관 뚜껑이 닫혀있는 등 역류방지 시설의 관리부실이 빠지지 않고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발표하는 ‘풍수해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도로·하천의 정비와 제방 축조 등 수십 년 전부터 해 오던 하드웨어적 대책만이 있고 ‘사람이 사람을 구호’하는 소프트웨어적 대책은 전무해 보입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경우 어느 지역의 하천이든 범람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만약 그런 폭우가 두어 시간 지속된다면, 하천주변이나 저지대 지역은 곧바로 수해를 입는 상황에 직면 하게 됩니다.

이때 만약 정부의 대피명령과 피난 지도에 앞서 ‘이 정도 비가 오면 개천이 넘칠 것이며, 개천 옆에 할머니 몇 분이 사시니까 즉시 피신시켜야 겠다’는 판단과 방재 조치를 할 수 있는 ‘현지 민간 안전 전문가’가 있다면,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는 불가피하더라도 인명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단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 ‘민간인이 민간인을 구호(civilian protect civilian)’하는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수십 년 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동안 상당수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빨리 빨리’ 병과 ‘아무 일 없겠지’하는 ‘대충 대충’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이러한 국민들의 안일한 생각이 전환될 수 있게끔 안전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입법부도 관련 법안을 새로이 정비해야 합니다.

재난이나 위험상황을 만나지 않도록 예찰과 예방활동을 할 수 있는 대국민 안전문화의 확산은 모든 재난관리에 있어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것입니다.

관련 기관은 재난의 무서운 결과를 가감 없이 알려줌과 동시에, 국가가 모든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는 현실도 그대로 전파함으로써 국민 스스로가 방재·피난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안전 교육만이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재난으로부터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가가 국민을 직접 구호하는 프레임보다는 민간인 안전 전문가를 우선 양성해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다시 교육시키는 것을 반드시 포함한 안전 로드맵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안전에 있어 정부가 가장 서둘러야 하는 일은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안전교육’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위클리오늘신문사  weeklytoday@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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