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등 항소심 선고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 중 하나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상 재산국외도피죄의 액수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항소심 공판에서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이른바 ‘0차 독대’가 있었다고 증언해 삼성측의 무죄 주장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정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씨 전직 삼성전자 임원 4명에 대한 뇌물죄 등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 재산국외도피 50억원 넘나

앞선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경법 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위반,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상 ‘위증’ 5가지로 1심에서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삼성측은 항소심에서도 전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최소한 집행유예라도 받아내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감형이 아니라 오히려 형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 형량에는 특히 재산국외도피죄의 인정 금액이 결정적인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

1심에서는 삼성이 2015년 9월 14일부터 2016년 3월 24일 까지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독일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에 송금한 36억3484만원과 정유라 승마훈련용 말 구입비용 등 41억6251억원 중 선수단 차량구매비용, 마필 수송차량 구매 등은 무죄로 판단해 총 72억9427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뇌물공여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2년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을 권고하고 있다.

형법 제133조는 뇌물공여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가 작량감경 등의 선처를 베푼다면 최대 형이 2년 6개월 수준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5년이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죄는 양형기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특경법 상 재산국외도피죄라고 보고 있다.

특경법 제4조는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해 도피시켰을 때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1심 재판부는 독일 코어스포츠에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된 37억3484억원만 재산국외도피 금액으로 인정했다. 2015년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말과 말 수송 차량 구입 대금비로 송금한 42억5946만원(319만3000유로)은 무죄로 판결했다.

재산국외도피액은 50억원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1심 재판부는 해당 죄의 최저형인 징역 5년형을 이 부회장에게 선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도 재산국외도피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의 이재용 부회장 공소장에는 이 부회장의 도피액이 77억9735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무죄판결 도피액 중 48만 유로는 정유라씨가 사용한 말 ‘살시도’와 선수단용 차량 3대, 말 수송차량 1대를 구매하는데 사용됐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11월 살시도의 말 여권에 삼성전자가 소유주로 기재된 것에 최순실씨가 분노해 소유권을 달라고 요구한 정황 등을 보면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최씨에게 뇌물로 말을 주려고 했던 계획이 없었다고 봤다.

문제는 이후 최순실씨가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 “이재용이 VIP(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말 사준다고 했지 빌려준다고 했느냐”며 역정을 낸 부분이다. 뇌물수수자인 최순실씨의 입장에서는 이 역시 다른 돈들과 성격을 같이 하지만 삼성이 소유주를 자신이나 정유라의 이름으로 해놓지 않자 분노한 것이다.

이는 살시도 역시 코어스포츠에 전달된 다른 돈들과 같이 근본적으로는 뇌물적 성격을 띄고 있었다는 방증이 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도피액은 50억원을 넘어서 특경법 상 재산국외도피 법으로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형법 제39조 경합범과 처벌례 조항은 ‘각 죄에서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직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횡령 등의 다른 혐의도 모두 유죄가 판결되면 징역 15년 형이 가능하다. 판사의 재량으로 형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작량감경을 적용해도 7년6개월이다.

◆ ‘0차 독대’ 새로운 변수로

특검팀은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5분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최순실, 정유라를 지원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돕겠다는 취지의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은 5분 정도의 면담으로 뇌물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해당 면담 전에도 독대가 있었다는 이른바 ‘0차 독대’가 있었다고 증언하며 삼성의 논리는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비서관은 9월 12일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을 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안 전 비서관은 지난달 30일에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도 9월 11일 저녁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면담을 앞두고 참고자료, 말씀자료를 받았다는 진술을 이어갔다.

이는 5분 만에 뇌물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삼성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뇌물죄 완전 무죄를 주장하는 삼성에게는 불리한 진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 면담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 미르·K재단 지원도 뇌물인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대가성도 쟁점이다.

1심은 삼성의 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단이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됐다는 것을 이재용 부회장이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 이유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뇌물공여 액수는 정유라 승마지원 관련 72억9427만원,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 관련 16억2800만원 등 총 89억2227만원이다.

특검은 재단 출연금 역시 뇌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심의 뇌물공여 유죄 선고 이유인 ‘묵시적 합의’에 재단 지원 역시 포함된다는 취지다.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90여억원의 유죄 판결된 뇌물공여 액수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삼성측은 재단 지원을 두고 공익적인 측면일 뿐 경영권 승계 등의 현안 해결을 위한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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