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금요극장 <애니 홀> 3일 오전 1시15분

애니 홀

애니 홀(Annie Hall)=감독: 우디 앨런/출연: 우디 앨런, 다이앤 키튼, 토니 로버츠, 캐롤 케인, 폴 사이먼/제작: 1977년 미국/러닝타임: 93분/나이등급: 15세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우디 앨런의 다른 여러 작품처럼, <애니 홀>에서도 사랑의 본질을 논한다. 극 중 알비는 평생 한 번밖에 못 만날 특별한 여인 애니 홀과의 만남과 이별 과정을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왜 관계가 망가졌는지 고민한다. 

때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때론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물어본다. 그때 한 여인이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생’이라고 답한다. 

알비는 마지막에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이별이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랑은 비이성적이며 말도 안 되고 미친 짓이지만, 결국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사랑 못지않게 영화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바로 ‘맨해튼’이다. 앨런의 뉴욕 사랑은 영화 <맨하탄>, <한나와 그 자매들> 등에도 자주 나오는 소재인데, 애니 홀 역시 맨해튼 구석구석을 누비는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앨런의 뉴욕에 대한 애정과 낭만을 잘 담아냈다. 

캘리포니아는 부정적인 곳으로, 그러나 애니에게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곳으로 묘사되었으며, 이와 대조적으로 뉴욕은 차갑고 우울하지만 지적이고 초조한 에너지가 가득한 곳으로 묘사되었다.

▶ <애니홀>줄거리

1970년대, 뉴욕 맨해튼. 뉴욕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코미디언 알비 싱어는 일 년 전 헤어졌던 여자친구 애니 홀과 어디서부터 관계가 잘못된 건지 회상한다. 

뉴욕 태생인 유대인 알비는 어린 시절 우주와 죽음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엄마를 괴롭혔고,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던 조숙한 아이였다. 불안증과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예민한 남자로 성장한 알비는 두 번의 결혼에서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를 통해 엉뚱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 센스를 자랑하는 가수 지망생 애니 홀을 만나 한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예술과 철학, 사랑과 성에 대한 수다를 떨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애니야말로 알비에게 무엇보다 특별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단점도 분명히 보이게 되고 짜증을 내는 횟수도 늘어난다. 결국 유대인을 싫어하는 애니의 할머니,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 애니의 모습 등 몇 번의 큰 계기로 두 사람은 쌓인 감정들이 폭발해 결국 이별한다. 

그 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보지만, 어느 날 애니가 집에 나타난 거미 때문에 알비에게 연락을 한 것을 계기로 다시 만나기 시작하고 이번에야말로 어떤 힘든 일에도 변치 말자며 맹세한다. 

하지만 애니는 음반 계약을 맺게 되면서 알비와 또 헤어진다. 알비는 서투른 청혼으로 관계를 회복해보려고 하지만 실패로 끝난다. 알비는 자신의 코미디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며, 이야기 속의 결말만은 애니가 자신을 받아주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뉴욕에서 두 사람은 한 번 더 재회해 예전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알비는 애니가 진정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비록 비이성적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애니 홀> 감상포인트

당시 경쟁작 <스타워즈>를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대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애니 홀은 빠르고 해학적인 대본, 독특한 연출, 랄프 로렌의 의상 등으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우디 앨런은 애니 홀을 통해 잉그마르 베르히만 등 다른 감독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던 여러 가지 개성적인 연출을 선보였는데, 애니 홀의 이러한 연출은 후대에 나온 여러 영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등장인물이 과거의 자신을 방문하여 과거와 현재를 한 화면에 담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대사를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이 자막으로 처리되어 대조적인 웃음을 주기도 한다. 가끔 알비는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관객을 향해 말을 하기도 하며, 주인공들의 수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 없이 긴 카메라 워크로 담겨지기도 한다. 

또 영화 중간에 알비의 상처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마치 디즈니를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이 삽입된다. 기법 못지않게 사회,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영화의 의상이다. 

극중 애니는 셔츠, 넥타이, 조끼, 헐렁한 바지 등 남성적인 패션을 하고 나오는데, 이러한 남성적인 복장은 당시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를 디자인한 이는 다름 아닌 유명 디자이너 랄프 로렌으로, 영화의 성공 후 다이앤 키튼의 ‘매니쉬 룩’은 하나의 패션으로 정착했다.

▶<애니 홀> 감독 우디 앨런

1935년 12월 1일 미국 브루클린에서 ‘앨런 스튜어트 코니스버그’란 이름으로 출생한 우디 앨런은 유대인 집안에서 자라났다. 부모님의 불화로 밝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마술 트릭을 보여주거나 신문 칼럼니스트에게 돈을 받고 유머를 팔기도 했다. 

처음 출판된 칼럼에서 스스로를 ‘우디 앨런’이라고 부르고 17살 때 법적으로 이름을 ‘헤이우디 앨런’으로 변경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뉴욕 대에서 영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이후 작가와 코미디언으로 TV, 브로드웨이, 헐리웃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66년 <타이거 릴리>로 감독에 데뷔하였고, 1969년 발표한 <돈을 갖고 튀어라>는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앨런의 영화는 끊임없이 냉소적인 수다를 떠는 주인공들, 뉴욕과 파리 등 감성적이면서도 우울한 낭만이 있는 도시, 젊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성찰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70년대에는 <애니 홀>, <맨하탄>, <인테리어> 같은 작품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고 아카데미 등 주요 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나와 그 자매들>, <맨하탄 살인사건>, <브로드웨이를 쏴라> 등의 유명 작품을 만들었으며,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도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로마 위드 러브>(2012), 블루 재스민>(2013), <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 <카페 소사이어티>(2016)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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