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소음피해 농민대책위원회'가 인천 계양구 농촌에 걸어놓은 현수막. <사진=김포공항 소음피해 농민대책위원회>

[위클리오늘=임창열 기자] 김포국제공항 항공기 소음피해를 참아왔던 농민들이 항공기 소음 대책과 지원사업에서 소외됐다며 집단적인 대응에 나섰다.

항공기 소음 때문에 사실상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국에 토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싶지만, 공시지가 수준의 보상금만 받을 수 있어 팔지도 못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또 관련법에는 피해 농민들을 위해 소득증대사업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항공기소음 피해 주민의 대책 및 지원은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실행된다. 이 법 제22조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대책 및 지원의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 피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항소음대책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라 한국공항공사가 ‘공항소음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 되고 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20명 이내의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 ‘김포공항 공항소음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장이다.

하지만 김포공항소음 피해농민들은 대책위원회가 당사자인 농민들은 제대로 의견을 반영시킬 수도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농민피해대책위 농민 안모씨는 9일 “위원장인 한국공항공사에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농민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어려우면 농민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참관인의 참여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한국공항공사에서 어떤 기준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그냥 지자체에 가서 해결하라고만 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소음대책위원회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과 주민으로 구성됐다. 주민위원은 지자체의 추천에 의해 위촉된다.

‘김포공항 소음대책위원회’는 양천구 공무원1명과 주민대표 3명, 구로구 공무원 1명과 주민대표 2명, 부천시·김포시·인천 계양구·강서구·광명시 공무원 각 1명과  주민대표 각 1명, 전문가1명으로 구성된다.

한국공항공사측은 주민대표의 추천기준은 각 지자체 가준에 따르며 한국공항공사는 주민대표 추천시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포국제공항이 1971년 본격적인 공항의 모습을 갖춘 이후 인근 주택가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온 것과 달리 피해 농민들은 그렇다할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다.

김포공항 인근 소음피해 농민들은 지난해 ‘김포공항 소음피해 농민대책위원회’(이하 농민피해대책위)를 처음 만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농민피해대책위 소속 농민 안모씨는 “주택주민에 대한 지원과 달리 농민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주택주민들에 대한 대책과 같이 농민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대책이 절실하다”며 “농민들의 일터인 농지도 주택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일부분이다. 현행법이 주택주민 위주의 대책을 지원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관계기관인 국토부, 한국공항공사, 지자체가 농민들의 소음피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공항공사는 농민들의 항공기소음피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수차례 한국공항공사에 농민들의 피해상황을 알리고 지원 대책을 요청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는다”며 한국공항공사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했다.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제1종 구역, 제2종 구역 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제3종 구역에 있는 토지의 소유자는 시설관리자 또는 사업시행자에게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시설관리자 또는 사업시행자는 매수청구를 받은 토지를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법 제13조에 따르면 매수대상토지가격은 시설관리자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사실상 헐값에 땅을 넘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농민피해대책위 박미옥 회장은 “농지를 팔고 지역을 떠나고 싶어도 일반 매매는 되지 않고 한국공항공사에서 납득할 수 있는 값을 제시하지 않아 매수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오랫동안 항공기 소음 피해를 받아왔지만 주택주민에 비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농민들은 주택 주민들에 비해 인구밀집도가 낮아 농민들간의 교류가 적고 농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피해 농민 이모씨는 “항공기 소음 피해를 받고 있는 농민 중에는 김포공항이 생기기 전부터 거주하던 분들도 많지만 농사를 짓는 분들이라 순박해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농민들의 상당수는 군사정권 시절 때 관념이 남아 있는 어르신들이라서 피해를 받아도 그냥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주택과는 달리 농지는 뚝뚝 떨어져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서로 교류하기 어려워 시위 같은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이제는 시위라도 할 것이다”고 성토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