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2015년 ‘형제의 난’ 시절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일본 롯데홀딩스가 21일 신 회장을 내쳤다.

기업비리, 뇌물 등으로 기소된 오너는 항상 경영에서 배제된 일본의 정서에 따른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시작으로 일본 내 모든 계열사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했다.

2013~2014년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에서 완벽히 배제된 과정을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에서는 롯데지주 설립과 함께 13%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옥중경영’ 등을 통해 총수의 위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인을 잃은 일본 롯데홀딩스는 새로운 지휘자를 물색해야 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임원지주회 6% 등의 주주로 구성돼 있다.

회사 자체 의결권이 과반수를 넘어 새로운 총수를 뽑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임원들의 의사다.

이 와중에 경영권 회복을 노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유력한 일본 롯데 총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롯데홀딩스 주식 약 2.0%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산관리회사인 광윤사의 보유지분 28.1%를 확보하고 있어 최대 의결권자다.

이사진이나 우리사주회 어느 한쪽만 설득에 성공한다면 일본에서의 경영권 회복은 가시권으로 들어온다.

◆ 日 잃은 신동빈...韓에 미치는 영향은

롯데지주는 21일 오후 진행된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 건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롯데지주 측은 이번 대표이사 사임건이 신동빈 회장의 의견이며 이사회가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잃게 돼 한·일 원 롯데도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해임은 신 회장 본인의 요구보다는 일본 정서가 크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정치 비리보다는 기업 비리에 대한 반감이 크다.

2015년 약 12억 달러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다나카 히사오 도시바 그룹 사장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2016년에는 미쓰비시와 스즈키가 연비 조작 논란 이후 기업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음에도 주가 폭락과 이미지 실추를 막지 못했다. 미쓰비시그룹의 경우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화학 등의 계열사까지 '쓰나미'에 휩쓸렸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뇌물공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신동빈 회장 역시 이 같은 일본 정서에 따라 한발 앞서 사임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한국 지주사 설립으로 일본 롯데에서 다소 독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그 동안 지주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지분 91.72%를 확보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다양한 사업에서 연관돼 있는 만큼 일본 롯데를 잃은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리아, 롯데아이스, 롯데물산, 롯데주류 등 일본 롯데의 주요 계열사에 츠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겸 주식회사 롯데 대표이사를 포함한 자신의 측근들을 대표이사로 포진시켰다.

신동빈 회장 본인은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군림하며 계열사에는 측근들을 포진, 완벽한 일본 롯데 경영권 방어를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홀딩스 주식 1.4% 내외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전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신동빈 회장이 당장은 일본 롯데에서 배제됐지만 향후 2심 등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되면 언제라도 다시 일본 롯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정통 후계자의 반격...신동빈 경영권 회복하나

일본 롯데는 비어있는 왕좌를 두고 고심하게 됐다.

사실상 정통성이나 지분으로 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당장에 가져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2차례의 정기주주총회와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회장의 의견을 묵살한 주주들이 이제 와서 신 전 부회장을 총수자리에 앉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롯데홀딩스와 주식회사 롯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츠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신동빈 회장을 한·일 롯데의 총수에 앉힌 1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승산이 있다는 것이 일본 재계의 분석이다.

가업승계, 장자명분 등을 중시하는 일본 정서 상 최대주주이자 창립자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 시기는 6월 정기주주총회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를 통해 30%에 육박한 의결권을 지닌 주주이기 때문에 정기주총 전이라도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 회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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