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김진찬 안전칼럼] '제천 참사'와 '세월호 사건'이 남긴 교훈…‘안전전문가’ 직군(職群) 절실
   
▲ <안전문화교육훈련진흥원 김진찬 원장, 행정안전부 산하 전국자율방재단 중앙회 교육본부장>

[위클리오늘신문사] 지난 주에 한 공중파 방송국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천 화재를 재조명 했습니다.

화재에 대한 속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소방차가 신속히 출동하여 모두가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20여 분 간 사람들은 실제로 생존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탈출이 용이한 2층에서 29명 중 19명이 희생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구조 된 다섯 명의 구조자 중 세 명이 소방관이 아닌 민간 사다리차에 의해 구조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희생자가 발견 되었을 거라고 모두가 예상했던 2층 여탕 안에서는 한명도 희생되지 않았습니다.

방화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정전으로 멈춘 상태에서 1층과 2층 계단 사이 유리창으로 탈출하려다 다가오는 연기와 불길을 피해 다시 2층으로 올라간 상황을 생존자가 증언했고, 안타깝게도 사망자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쓰러진 채 발견 되었습니다.

아마도 언론에서는, 법의 테두리 밖의 보이지 않는 지붕 속에서 이미 커져버려 감당할 수 없었던 화마의 무서움과 작동하지 않았던 소방장비의 부족, 노후화, 그리고 소방관들의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대변하고 싶었던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방열복도 갖추지 못하는 소방대원에 대한 열악한 지원과 벌집을 제거하느라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었던 인명구조 요원들의 과중한 업무 등에 대한 부분들이 집중 조명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제천 참사와 세월호 사건, 그리고 건물 전체가 불기둥으로 변해버려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지난해 런던 아파트 화재를 보는 현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국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는 학자들과 언론과는 확연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화재 발생 초기에 '누군가' 진화를 했거나,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인솔하여 대피 시켰다면?”, 다시 기억하거나 거론하고 싶지 않은 과거이지만, “기울어지기 시작한 세월호에서 명확한 상황파악과 신호전파로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신속히 인솔하여 외부로 탈출시켰다면?” 그 인명피해는 어찌되었을까요?

이번 제천 참사에서는, 통상적으로 2층보다 위험 수위가 높다는 3층과 지하에서 거의 모든 이가 안전을 확보하였습니다. 이는 3층 남탕에서 근무했던 이발사와 지하 골프연습장 근무자의 ‘비상구 안내'와 '신속한 인솔’이 있었습니다.

모든 이가 안전을 확보했던 명확한 현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위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함을 명백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현장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람-안전전문가’ 역할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은 누가 해야 할까?”라는 질의와 함께 “그에 대한 방안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국가를 상대로 끊임없이 건의해 왔던 과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70년 간 일어나지 않았던 전쟁을 생각하며 엄청난 방위비를 지불하여 군인을 양성하고, 간간이 일어나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경찰·소방 등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역할은 편안한 일상에서는 특별한 필요성을 느낄 수 없지만, 국가와 국민이 꼭 필요한 ‘딱 한번’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소방관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벌집제거, 수학여행 인솔, 각종 안전교육 등, 소방 근본적 임무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겸행이 계속 이어진다면, 점차 그 역할과 정체성을 잃어가며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어떠한 방식으로든 위험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전전문가’ 직군(職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아울러 그 안전전문가는, 남이 나를 지켜줄 수 없는 현실을 명확하게 자각시킴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국민들에게 가르쳐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급한 상황을 만나게 될 경우에는 신속히 인솔하여 피해의 경감내지는 위험을 대신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바보’ 같은 과거를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과거를 진솔하게 반성하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며 가슴 아파했던 부끄러운 과거와 이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위클리오늘신문사  weeklytoday@onel.kr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오늘신문사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