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의 구속 이후 처음 열린 롯데지주의 임시주주총회가 소란 속에 계열사 분할합병 승인안건을 통과시켰다.

롯데지주는 27일 오전 10시 임시주총을 열고,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및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의 회사 합병 및 분할합병 승인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의결권 있는 총 주식 5811만5783주 중 3900만9587주가 참석해 87.03%(339만358주) 찬성으로 안건은 통과됐다.

주총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일부 주주들이 고성을 지르며 불만을 표시하면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인사말부터 지연됐다.

발언권을 받지 못한 주주들이 주총 중간 중간 질문을 던져 주총 의사진행은 수차례 끊기기도 했다.

특히 롯데지주 설립에 반대하는 롯데소액주주염대모임은 롯데지주 설립이 신동빈 회장의 지분확보를 위한 꼼수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주주는 발언권을 얻어 “합병 계약서를 왜 첨부하지 않았는지 알려주고, 그 사본을 모든 주주들에게 배포해 달라”며 “의안설명서에 합병 비율만 있고 평가서가 첨부되지 않았다. 평가서가 없는 이유가 뭔지 알려달라”고 의사를 진행하는 곽수근 감사위원장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소액주주모임은 롯데지주 설립이 발표되자 롯데쇼핑을 기준으로 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합병비율이 신동빈 회장의 지분 확보를 위해 불공평하게 산정됐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사드 영향, 중국에서의 대규모 적자, 국정농단으로 인한 면세점 불확실성 등을 배제하고 롯데쇼핑에 유리한 2014~2016년도의 실적만 갖고 비율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안건을 정상적으로 승인하기를 촉구하는 주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또 다른 주주는 “본 의안에 대한 주총 자료를 사전에 잘 봤다. 이를 통해 분할합병의 목적 및 취지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설명회 자료를 보니 모두가 합당하다고 판단돼 제1호 의안 승인을 정식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는 무리 없이 안건이 통과됐다. 임시주총의 폐회 후 황각규 부회장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퇴장했다.

롯데지주측은 안건의 승인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경영투명성·효율성 강화 등 롯데의 지주사 체제 확대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간의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재배구조 개선작업의 핵심은 한·일 롯데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분리된 한국 롯데지주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롯데지주의 설립은 그 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롯데 계열사간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작업이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 다소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반면 신동빈 회장 독주 체재가 굳어져 총수 1인 지배 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신 회장은 이번 롯데지주 설립과 함께 13%의 주식을 확보해 그 동안 이사회의 지원으로 그룹을 이끌었던 반쪽짜리 총수가 아닌 완전한 롯데의 주인으로 군림하게 됐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뇌물공여죄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라 하더라도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롯데지주 설립 전이었다면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회장이 더 이상 롯데그룹 총수 자리를 고수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제는 롯데지주를 통해 충분한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옥중경영도 가능하다.

한편 이날 롯데지주의 주총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3월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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