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민 기자>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빈곤층,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식량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 여러 단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소셜임팩트’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임팩트란 한 가지 아이디어나 기술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사회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유엔은 세계적인 식량문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국내에서는 서울시 노원구가 ‘노원코인’을 발행해 자원봉사, 기부 등을 독려하고 있다.

‘투기’, ‘도박’, ‘일확천금’의 수단으로만 사용됐던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이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

◆ 블록체인을 통한 '사회공헌'...식량부족·인신매매 해결

먼저 가상공간의 공공거래장부를 의미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사회공헌에 사용될 수 있을까?

쉽게는 그 장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 가능하다.

기자는 2013년 ‘Good News Corp’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세네갈에 자원봉사를 1년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쌀 종류는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쌀이었다. 세네갈 내 어떤 쌀보다 질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셀 수도 없이 많은 후원자들이 내놓은 돈이 빈곤층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상인들과 부패한 정부관리의 손에 의해 거래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누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와 식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막연하게 ‘시리아의 난민을 돕기 위해 돈을 모은다’는 계획은 비용만 늘고, 정작 지원대상에게는 혜택이 가지 못한다.

난민, 사회취약층, 소외계층은 그 신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조차 발부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분명 살아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일일이 찾아 지원한다는 것은 더욱이 힘들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

조작가능하고 허술한 제3국의 주민등록증이 아닌 전 세계 네트워크가 공유하는 가상장부에 그들의 신분을 등록·식별 후 정확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마구잡이식 지원에서 신원 식별을 통해 맨투맨 식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원하는 양은 늘게 되고, 무의미하게 세는 돈은 잡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신매매, 장기매매에 노출된 5세 미만 유아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인신매매 조직은 아직 신분이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5세 미만을 노리고 납치를 한다.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나라의 경우는 이미 등록된 아이라고 할지라도 뒷돈을 주고 조작해 납치에 대한 법적처벌을 피하게 된다.

정부기록상으로는 실존하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실종된다해도 경찰의 수사는 느슨할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앞선 가상공공장부 기술을 통해 5세 미만의 신원을 기록하고 실종 시 곧바로 대처할 수 있다. 인신매매조직의 활동을 축소시키는 일종의 방지턱이 되는 셈이다.

환경단체, 지자체 등에서는 가상화폐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기부 또는 봉사의 대가로 가상화폐를 지급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는 조건으로 공공장부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같은 맥락으로 가상화폐가 사회공헌활동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 세계는 '블록체인X소셜임팩트' 열풍

그럼 이 같은 기술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세계난민들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점차 확대 중이다.

처음 파키스탄 난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록체인을 통한 식량 지원은 이제 요르단에 정착중인 시리아 난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유엔은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은행을 통한 현금이체가 아닌 블록체인 지갑을 통한 일종의 교환권을 제공한다.

거래 내역을 통해 수혜대상자의 신원은 자동으로 블록체인상에 기록된다.

수혜대상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지급된 교환권으로 인근 마켓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계좌이체 수수료 등 불필요한 비용이 90% 이상 감소했다. 또 유형의 교환권이 아닌 가상의 장부에 있는 교환권이기 때문에 정부나, 악질 조직에 의한 강탈도 불가능하다.

2월 1일 서울 노원구는 블록체인 지역화페 ‘노원(NW)’를 시행했다. 1노원은 1원의 가치를 가진다. 1시간의 자원봉사를 한 시민에게 700노원이 지급된다.

기부의 경우는 기부액의 10%를 노원코인으로 지급한다. 노원을 가진 주민들의 해당 가상화폐를 통해 물품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활동 중인 ‘루트프로젝트’는 취약층의 노동을 독려하는 가상화폐 시스템이다. 시작은 마약·알코올 중독, 전과자 등 노동의지가 부족하거나 일자리를 찾기 힘든 취약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들은 노동의 대가를 100% 현금으로 받게 되고 이와 함께 일정 수준의 루트코인을 받는다. 해당 가상화폐는 일정기간 동안은 거래가 금지된다. 일정 기간을 채운 후 사회적응 프로그램이나 마약·알코올 중독 치료를 수료하면 그 동안 쌓인 코인을 목돈처럼 지급한다.

수혜대상자는 착실한 노동 후에는 목돈을 가질 수 있다는 동기가 부여되고 일의 능률도 향상될 수 있다.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화폐의 사용처를 늘려 그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것이 프로젝트 기획측의 설명이다.

ICO도 실시해 일반투자자도 모집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향후 해당 코인의 네트워크가 확대돼 가치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이렇게 모집된 투자금은 취약층의 안정적인 노동을 위해 다시 사용된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정부의 지원을 만나게 되면 더욱 시너지를 보게 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민간을 통해서만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 "韓 블록체인 기술은 中 수준"...민간만 안달났다

정부는 2018년을 블록체인 원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고작 가시화된 프로젝트는 공공부문에 있어 전자문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유수의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이미 그 분야는 영리목적의 사업수단을 넘어 세계적인 사회공헌을 도모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블록체인 포 굿소사이어티 밋업의 지명근 공동 조직자는 “세계 블록체인 시장에서의 한국 정부의 블록체인 규제에 대한 인식은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시장규모에 비해 기술연구부분에서 한국은 전혀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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