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KT냐, 전북-부영이냐

<위클리오늘 한석준 기자>2015년 프로야구 10구단 시대가 열린다. 
12월 11일은 야구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날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가 금메달을 따는 데 주춧돌이 된 프로야구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1981년 12월 11일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시작됐지만 6개 구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창립총회를 열면서 본격적인 프로야구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31번째 생일을 맞은 2012년, 이날 프로야구는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야구계의 숙원사업으로 일부 구단과 선수협회가 갈등까지 빚었던 제10구단의 창단이 결정된 것. 이로써 프로야구는 내년부터 2년동안 9개 구단의 기형적인 운영을 한 뒤 2015년부터 본격적인 10구단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수원-KT냐 전북-부영이냐
 
KBO는 지난 11일 제7차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이로써 이제 관심은 제10구단을 운영할 주체가 KT(수원)냐 부영(전북)이냐에 쏠리게 됐다.
 
현재 10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곳은 KT와 손을 잡은 수원과 부영을 섭외한 전북이다. 물론 또다른 후보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이 가운데 한 팀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내년까지 창단 완료, 2014년 2군 출전, 2015년 1군 진입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KBO는 연내 신규회원 가입 신청을 받은 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참가기업과 도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이사회 및 총회에 상정해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평가위원회는 공정성을 위해 전원 외부인사로 꾸려진다. 보안 유지를 위해 본격적인 심사에 나서기 전까지는 평가위원회 구성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 최대한 많은 인원으로 꾸려 공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10구단 후보가 연고 도시와 기업으로 나눠지니 연고 도시에 대한 평가와 기업에 대한 평가로 구분될 것이다. 도시의 조건과 프로야구 지원 계획이 주가 될 것이다. 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평가 항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험난했던 10구단 승인까지
 
10구단 창단 승인은 실로 험난한 과정이었다. 삼성과 롯데 등 일부 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이사회가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창단 작업이 한없이 지연됐다. 구단을 하겠다는 도시와 기업은 나타났지만, 기존 팀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기업 총수가 반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10구단은 물건너가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야구계의 열망이 일부 구단의 반대를 꺾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골든글러브시상식 보이코트를 시작으로 내년 1월 15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강한 실력행사도 하겠다고 경고했다. ‘실력행사’란 스프링캠프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파업과 직장폐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에 정치인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0구단 창단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는 “10구단 창단 결정과 대통령 선거는 무관하며 팬들의 열망과 달리 기득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10구단 창단 계획이 철회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문 후보도 “일부 구단의 이익 때문에 선수들이 기회를 잃고 야구팬들이 실망해서는 안 된다. 구단의 이익보다 선수, 팬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KBO는 11일 2012년 제7차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 승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예상외였다. 꾸준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역시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보이코트 선언과 별개로 이미 10구단 승인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선수협회와 원로들의 반응
 
10구단 승인 결정이 내려지자 가장 먼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박재홍)가 “10구단 창단 결단을 내린 KBO 구본능 총재님과 구단 대표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환영 성명을 냈다. 선수협은 “10구단 창단은 야구팬들의 절대적 지지와 간절한 염원으로 이뤄진 것이다. 10구단 창단은 팬의 승리이며 원동력은 바로 야구팬들”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보이코트를 선언했던 골든글러브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이재환)와 대한야구협회(회장 강승규)도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구회는 “기형적인 홀수 구단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조속한 제10구단 창단을 요구해왔다”며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프로야구가 KBO 창립일인 이날 신규 구단 창단을 승인해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야구협회도 “전국의 리틀야구·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여자·실업야구 전체를 대표해 10구단 창단 승인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강승규 야구협회장은 “제10구단 창단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는 명실 공히 스포츠 산업의 한 분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확신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질적·양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과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두 야구계 원로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 물꼬가 터진 것을 두고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제주도에서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선수들의 동계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의 숙원이 풀렸다”면서 “한국 야구가 발전할 토대를 마련한 이상 9·10구단이 이른 시간 내 기존 구단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실력을 키워야 10구단 창단에 앞장선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신생 구단의 분발을 주문했다.
 
쌍방울·두산·한화에서 사령탑을 지낸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도 “진통이 있었으나 프로 9개 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신규 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한국 야구가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이 놓였다”고 평가한 뒤 “10구단이 창단되더라도 인프라 문제 등으로 문제가 적지 않겠지만 2~3년이 지나면 정상 궤도에 올라올 것으로 본다. 야구 저변이 넓어져 유소년층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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