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같은 시간 죄인으로 구속돼 있다.

이들의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차명의 회사 등을 이용해 비자금을 형성하거나 금품을 받는 등 범죄 방식도 유사하다.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도 마무리 짓지 못한 법원은 또 한명의 전직 대통령의 죄를 저울에 달게 됐다.

3월 23일 자정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동안 추가수사를 진행하고 법원에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청구장에 기재된 이 전 대통령의 세부 혐의는 20여개에 달했다.

이 전 대통령측은 2011년 9~10월께 미국 순방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10만달러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여전히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장을 발부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상당부분 입증했음을 시사했다.

◆ 박과 MB의 뇌물

검찰이 조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는 삼성, 국정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세부적으로 10여건이 넘어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미르·K스포츠재단, ‘비선실세’ 최순실 등을 통해 주로 대기업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에 비해 이 전 대통령은 정치계·재계는 물론 삼성 등의 대기업을 통해서도 금품을 받아왔다.

뇌물수수에 있어 두 전직 대통령의 공통점은 국정원으로부터 일정금액을 여러 차례 상납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500억원이 넘어가는 뇌물수수죄가 적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30년을 법원에 구형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액수는 110억원대다.

두 사람 국정원 상납금을 제외하고는 직접 금품을 받는 방법을 기피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뇌물수수 창구로 이용했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선고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가 박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소유며 기업의 후원은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수령과 같다는 전제 하에 설립된다.

같은 맥락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재판부에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임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더욱 명확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된 수백억대의 돈이 박 전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줬다는 부분은 다소 불분명하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자신의 의원실, 지구당 사무소, 선거캠프 등에서 근무한 측근의 급여를 다스 법인자금으로 지급했다.

1996년에는 다스 법인자금으로 자신의 자서전 수천권을 구매하게 했다. 2002년에는 다스 법인자금으로 선거경비를 사용했다. 이 밖에도 다스 법인자금을 통해 고급승용차 구매, 법인카드 개인사용 등의 혐의가 있다.

이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수익실현을 위해 이용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만 2008년 2월 25일부터 제17대 대통령으로 근무한 이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시절 다스를 통해 이익을 실현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최동규 대보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5억원, 손병문 에이비씨상사 회장의 2억원, 이정섭(지광스님)씨의 3억원 등은 개정 전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날짜는 2007년 9월에서 12월 사이다. 즉 시효가 완성돼 공소권이 없게 된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6억6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이 전 대통령에게 공여한 날도 2007년 1월 24일부터 2008년 1월 23일께 사이로 시효가 만료됐다.

다만 이팔성 전 회장이 추가로 공여한 3억원은 2008년 4월 4일로 공소시효 전에 검찰의 수사가 있었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완성되지 않는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사건의 경우도 약 3억5000만원은 2007년 11월 19일에 수수했으며,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약 64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행위가 공소시효가 남은 대통령 재임시절까지 이어졌기 때문엔 그 죄를 하나로 보는 ‘포괄일죄’를 적용했다.

따라서 모든 수뢰 혐의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은 수뢰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10년 이상~무기징역의 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이 선고의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규정은 수뢰액이 5억원을 넘을 경우 최소 7년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한다.

◆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 ‘직권남용’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 권한을 남용해 타인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하는 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일명 ‘블랙리스트’ 작성과 함께 자신의 뇌물수수를 위해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부분에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다만 이중 블랙리스트 작성지시 등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법조계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도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두고 고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투자금 회수 및 아들 이시형에게 승계 등에 청와대 권력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직권남용 대상은 청와대 공무원, LA총영사 등이다. 구체적인 직권남용 혐의는 4건이다.

이 부분은 지원유무를 결정하는 블랙리스트와 성격을 달리한다. 자신의 이익 실현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 또 삼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에 재계 1위 삼성의 이름은 또 다시 존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에게 433억28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약속하고 300억원 가량을 지급한 삼성은 이명박 정부에도 60억원대 뇌물을 제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선고가 2월 5일에 있었다. 이 부회장의 석방 3일 후 검찰은 삼성전자 서초·수원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지원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두 번의 정권에 걸쳐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가 있었던 것이다.

해당 지원이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재임시절 있었던 일인 만큼 삼성은 또 다시 뇌물공여죄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타깃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학수 전 부회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삼성의 총수로 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우는 현재 병상에 누워있어 검찰 수사를 받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그룹의 총수로 떠올랐기 때문에 해당 혐의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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