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청의 모습. <사진=구글맵>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의 사업기금 조기지출 명령을 피하기 위해 지역 예산을 임의의 통장에 보관하는 방식의 꼼수를 사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청사건립이나 정비계획 등 지역주민들의 희비가 갈리는 사업의 경우는 표심을 유지하기 위해 차일피일 사업을 미루며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4일 경남 남해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남해군은 3월 말 남해군수 명의의 예금에 보관돼 있던 청사건립기금 215억원을 다시 군의 특별회계에 포함시켰다.

해당 금액은 남해군의 청사를 짓기 위해 특별회계를 하고 있었던 예산이다.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청사건립기금을 정해진 사업에 따라 지출할 것을 요구하자 중앙 정부를 속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임의로 지출해 남해군수 명의의 계좌에 옮겨뒀다.

정해진 만기일을 채우지 못한 탓에 이자손실액 1억1230만원이 발생했다.

일부 군의원과 군민들은 이를 두고 명백한 ‘분식회계’라며 비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군민들의 눈치를 봐 정해진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남해군민은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군청이 들어서길 바라고 있다. 군은 여러 차례 용역을 통해 입지를 알아봤으나 매번 군민들의 항의로 시행에 옮기지 못했다.

더욱이 두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잃기 두려워한 남해군수는 청사건립을 차기 군수에게 미루려고 결심한 듯 보인다.

남해군은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자칫 잘못해 정당 이미지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표심과 중앙정부의 감시를 모두 의식한 결과, 분식회계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청사건립을 미뤄 표심은 유지하면서 중앙정부에게는 이미 지출한 금액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임의의 계좌로 예산을 옮기는 경우 지자체 예산 계산기(期)와 맞물려 양쪽 모두에 예산이 존재하는 것처럼 회계가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 남해군의 경우도 남해군수 명의의 임의계좌와 군청 특별회계 모두에 215억원이 잡혀 예산이 크게 부풀려진 상태다.

또 사업예산이 지출된 것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진행되지 않은 사업을 중앙정부는  이미 진행된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차원의 체계적인 지방 행정 감독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이 같은 눈속임은 반공개적인 편법 수법으로 자리잡았다.

남해군청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서 이미 사용하는 방법이다. 사업은 진행이 안 되고 정부는 사업비를 지출하라고 압력을 넣기 때문에 돈을 지출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례의 경우도 실무자들끼리 자연스럽게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