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 / 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거짓해명 논란과 맞물려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초 해명과 달리 김 원장은 중국 방문때 공식일정 외에 관광일정이 포함됐고, 미국, 유럽 출장에 동행한 여성은 정규 비서진이 아닌 인턴 신분으로 확인됐다.

직무연관성 있는 사람들 간의 금전적 제공 등을 차단하는 목적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제정을 주도했던 김 원장은 과거 야당 시절 청문회나 국정감사때 '도덕성'을 검증 잣대로 내세웠던 인물로, 이율배반적 행적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목을 잡고 있다.

야권이 10일 김 원장에 대해 검찰 고발 및 국회 국정조사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그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정치 공방을 넘어 수사 국면으로 전환된 가운데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등 처신과 관련해 "19대 국회까지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관행이었다해도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피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김 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기는 커녕 논란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앞서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김 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던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3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한국거래소(KRX)가 비용을 부담한 우즈베키스탄 출장(2014년 3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국·유럽 출장(2015년 5월) ▲우리은행 초청 중국·인도 출장(2015년 5월) 등이다.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예산사용 등에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던 것과 관련해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원장은 정무위 소속이던 2014년 10월 기업의 돈으로 가는 해외 출장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국회 정무위원 중 유독 자신만 피감기관이 비용을 대는 외유를 갔는지에 대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 등을 수행하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 제안 설명을 하는 등 법 통과(2015년 3월)에 앞장선 인물이다.

국회를 떠나 정책연구소인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6년 7월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내린 직후 일부에서 '한우갈비세트 선물은 불가능해진다'는 불만이 나오자, 그는 "국민 다수의 정서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평생 남에게서 한우세트 선물을 받아보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은 법 제정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김영란법 통과 후 두 달 만에 피감기관 돈으로 2차례나 해외 출장을 갔다는 점은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날을 세운 야권의 비판 공세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가세한 이유다.

김 원장의 거짓해명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2015년 5월19~21일 피감기관이었던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간 중국 충칭(重慶) 출장에 대해 그는 "출장일정은 새벽 비행기를 이용하는 등 매우 타이트하게 진행했으며 출장목적에 맞는 공식일정만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측은 "김 원장이 5월20일 오전과 오후 우리은행 측의 지원을 받아 충칭 시내 일대를 관광했다"며 "당시 우리은행이 제공한 차량을 이용했고, 현지 기사와 한국인 직원이 김 원장을 수행했다"고 공개했다.

KIEP 미국·유럽 출장과 관련해선 여비서 동행 논란이 추가됐다.

김 원장은 "당시 동행한 비서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비서였다"고 해명했지만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9급 정책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다"고 반박했다.

해당 직원이 출장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의혹도 덧붙여진 상태다.

이 직원은 2012년 6~8월, 2015년 1~6월 두 차례 김 원장의 의원실에서 인턴 근무했는데, KIEP 출장 직후인 2015년 6월 9급 비서로 채용됐고, 8개월 뒤인 2016년 2월에는 7급 비서로 승진했다. 현재는 김 원장이 소장이었던 더미래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0일 김 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한편 국회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등 초강경 모드로 나섰다.

야권의 논리에 반박할 명분이 약해진 청와대는 자진사퇴를 포함한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한 장고(長考)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 원장에 대한 기밀 자료가 임명 직후 국회와 언론에 조직적으로 뿌려진 점에서 기획설, 음모론도 제기된다.

김 원장의 '금융개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한 저항 세력이 조직적으로 김 원장 낙마에 나섰다는 정체불명의 소문도 나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와 같이 김 원장 취임에 불편해하던 이들이 그를 낙마시키고 금융시장의 개혁을 좌초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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