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 정창수 기자> 대장정을 마친 프로축구 K-리그에 감독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012시즌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감독을 경질하는 바람은 시즌이 끝날 때면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올시즌에는 유독 차갑다. 말 그대로 칼바람이다.

대부분 성적 부진에 대한 경질이다. 올시즌에는 시즌 중간에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됐고, 사상 처음 2부 리그 강등팀이 나오면서 강등과 성적에 대한 책임 등을 면할 길이 없었다. 물론 감독을 경질한다고 해서 내년 시즌 성적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다만 팀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게 각 구단의 방침이다. 올시즌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정무 감독과 강원FC의 김상호 감독,전 남 드래곤즈의 정해성 감독 등이 시즌 중에 성적 부진으로 중도하차 하기도 했다. 사령탑 교체가 유난히도 많은 해였다.
 
2012시즌은 과거일 뿐 새 시즌 대비가 훨씬 중요하다. 지난 시즌을 보내는 동안 모자랐던 부분은 채워야 하고, 드러난 문제들은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강등팀이 2팀이 생기는 만큼 구단들도 신중하게 체재 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축구계는 추운 겨울에도 후끈하다.
 
일찌감치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상주 상무를 제외한 15개 팀 가운데 벌써 대전 시티즌의 유상철 감독, 광주FC의 최만희 감독, 대구FC의 브라질 출신인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 수원 삼성의 윤성효 감독 등이 잘려 나갔다. 앞으로 몇명의 감독의 지휘봉을 또 내려 놓을 지는 미지수다.
 
물론 계약기간이 남았다고 해서 내년 시즌을 확실하게 보장을 받는 건 아니다. 올시즌 ‘형님 리더십’을 떨치며 2년만에 패권을 되찾은 FC 서울의 최용수 감독과, FA컵 우승과 함께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포항 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 정도만이 따스한 겨울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인천 출신의 김봉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도 그룹B에서 16경기 무패행진을 벌이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점등이 구단 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로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대전 유상철 감독은 시즌 초반 1승9패로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이후 팀을 잘 추스려 내년 시즌 1부 리그 잔류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전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 감독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대신 대전동중, 대전상고를 졸업한 지역출신인 김인완(41) 감독이 팀의 새 지휘봉을 잡았다. 리그 최하위로 2부 리그로 강등이 확정된 광주의 최만희(56) 감독은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강등에 대한 책임 때문에 물러났다.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수석 코치를 지냈던 모아시르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은 것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성적 부진 때문이 결코 아니다. 만년 하위팀 대구FC(10위)를 상위리그 진출 직전까지 이끌었고, 그룹 B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모아시르 감독은 옵션 1년을 더 연장하지 못하고 아쉽게 낙마했다.
 
젊은 세대에 속하는 성남의 신태용 감독이 잘린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 진다. K리그 역대 최다인 7회 우승에 빛나는 성남은 올시즌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전남 드래곤즈와 함께 기업구단으로서 하부리그인 그룹B로 추락한 데 이어 하부리그에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처참한 성적을 냈다. ‘명가 재현’의 외침은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기에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었다.
 
구단과 결별한 사령탑이 모두 그룹 B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당장 그룹A의 팀에서도 사령탑들이 경질됐다. ‘명가’ 수원 삼성은 윤성효 감독 후임으로 과거 수원에서 선수생활을 한 서정원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계약기간이 6개월 가량 남았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못낸 데 대한 책임으로 해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독 대행 신분으로 전북 현대를 이끌어왔던 이흥실(51) 감독대행도 올시즌 팀을 2위로 이끌었지만 스스로 물러났다. K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MVP), 도움왕 등을 두루 차지했던 스타 출신의 이 감독대행은 지난해 12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전 전북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나는 내년 6월 이후 팀에 돌아올 것을 배려해 물러났다. 구단에서는 극구 만류했지만 이 감독대행의 뜻이 워낙 완고해 물러났다는 게 전북 구단의 설명이다.
 
올시즌 아시아 왕좌에 오른 울산 현대의 ‘노병’ 김호곤 감독(61)은 내년에도 울산 지휘봉을 잡을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K리그 2위를 차지한 울산은 올시즌 1984년 팀창단 이후 처음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거행된 2012 아시아축구연맹 시상식에서 이근호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유례없는 3관왕을 차지하며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였다. 이 중심에 ‘철퇴축구’를 내세운 김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은 다른 팀들과 달리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등 아직 시즌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조만간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전망이지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재계약에 도장을 찍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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