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 뉴시스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5000만원 셀프 기부’와 외유성 해외 출장 등 논란을 빚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보름여 만에 결국 낙마하게 됐다. 첫 정치인 출신의 강성 금감원장으로 주목받았지만 19대 국회의원때 처신 전력(前歷)이 발목을 잡으며 자진 사퇴했다.

전임 최흥식 원장에 이어 초단명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금감원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문재인 정부는 연쇄 인사검증 실패 비판에 직면하면서 금융개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감원은 김 원장이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가 나온 직후인 오후 8시30분께 "선관위 결정을 존중해 즉각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청사에서 권순일 위원장 주재로 전체 회의를 열고 김 원장의 '셀프후원' 의혹과 관련 "국회의원이 비영리법인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판단내렸다.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은 김 원장 관련 의혹에 대해 최근 청와대가 발송한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 적법 여부 등' 질의 중 핵심 사항에 대한 답변이다.

앞서 김 원장은 19대 의원 임기 만료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에서 5000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했다.

김 원장은 기부 전 선관위에 후원에 제한이 있는지 질의했고 "종전의 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된다"는 회신을 받았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이 위법소지가 있다는 선관위 답변을 듣고도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결국 선관위의 이번 발표는 2016년 당시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야권의 논리를 확인해 준 셈이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12일 로비성 출장 의혹 등을 이유로 야당의 김 원장에 대한 사퇴 공세가 계속되자 각종 논란의 적법성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겠다면서 선관위에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

문 대통령도 13일 서면메시지를 통해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선관위는 김 원장이 19대 의원 때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로비성 해외 출장을 갔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런 행위가 위법한지는 출장 목적과 내용, 비용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 국회의원 해외출장시 보좌직원을 동행시키는 것과 외유성 관광 일정을 갖는 것에 대해선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소통수석실은 "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판단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장은 수리할 상황이 아니고 내일(17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원장이 최종 사퇴하면 하나은행 채용 청탁 비리로 퇴진한 전임 최흥식 원장(6개월)을 제치고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으로 기록되게 된다.

유광렬 수석부원장 체제로 전환되는 금감원은 조직 운영과 정책 집행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서 후임 원장 선임도 상당기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기 금감원장 선출이 장기화할 경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금융개혁의 추진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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