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이 확정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 뉴시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서울 강남을 비롯한 전국 11개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소송이 각하됐다.

각하란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본안 판단없이 재판을 끝내는 절차로, 소송에 참여한 재건축 조합은 일단 준공 시점에 재건축 부담금을 낸 뒤 소송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관련 법이 합헌이냐 위헌이냐의 판단이 아닌, 그 전 단계에서 아예 '심리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어서 유사한 다른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법무법인 인본(대표변호사 김종규) 측에 위헌확인 청구 소송이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통지했다.

법무법인 인본은 지난달 서울 강남권과 강북, 경기, 부산 등 지역의 재건축 조합들을 대리해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인본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중과세,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등의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대해 헌재(재판관 김이수·안창호·조용호)는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사업의 준공 인가가 이뤄진 다음 결정되므로 아직 관리처분계획 인가도 신청하지 않은 단지는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판단 대상이 되지 않을 때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그대로 종결하는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의무를 부담하는 게 아니라 재건축 시행을 위한 초기부터 의무를 지우고 있어, 조합 설립 이전인 추진위 단계이더라도 위헌 소송 참여가 가능하다는 인본의 주장은 배척됐다.

헌재는 지난 2008년 서울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 등이 같은 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법)에 대해 제기한 위헌심판에 대해서도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얻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2006년 제정돼 시행되다가 2012년 말부터 유예됐고 올해 1월부터 다시 부활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주장은 일단 멈춤 상태일뿐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원고의 권리 주장이 실체법상 이유가 있는지 등을 가린 본안 판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2014년에 낸 헌법소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한남연립 조합은 지난 2012년 용산구청으로부터 조합원 1인당 5544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받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2014년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하자 조합은 2심 진행 중에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당시 조합원들은 "재건축 아파트를 팔지도 않았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부담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논리를 댔다.

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여부를 결정짓는 키는 한남연립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소원 제기 시점이 재건축 절차상 이번에 헌재가 문제삼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전 단계가 아닌 이후 단계, 부담금을 실제 부과받은 후이기에 본안 판결 대상이고 이에 대한 결과물이 처음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현재 헌재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데, 토지공개념 조항을 담은 헌법 개정 등과 맞물려 판결 시점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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