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땅콩회항 사건의 2차 공판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5.01.30.<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소연 기자] '갑질' 파문을 불러오며 국민적 공분을 산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파문이 일파만파 확대되며 17일 경찰 정식 수사(물컵 갑질), 18일 국토교통부 감사 착수(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21일 관세청 압수수색(관세포탈)으로 수위가 높아지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결국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떠밀리듯이 뒤늦게 사과를 한 데다 대국민 사과 형식이 아닌 이메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여론은 더욱 싸늘하다.

22일 오후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최근 잇달아 불거진 가족들의 '갑질 의혹'에 대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조현민 갑질 파문이 시작된 지 열흘만이다.

조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라며 국민과 대한항공 임직원, 갑질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현민 전무에 대하여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기로 했다"고 했다.

조 회장은 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직접 사과를 했지만 한진그룹을 둘러싼 국민적 공분과 각종 비리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22일 현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처벌과 경영 참여 금지, 대한한공의 ‘대한’ 명칭 및 ‘태극’ 문양 사용 금지,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무의 추방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350개에 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대한’ 명칭 및 ‘태극’ 문양 사용 금지 청원에는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조양호 회장의 사과와 조 회장의 사람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부회장 대표 임명도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대한항공의 각종 비리 의혹은 조 전무의 불법 이사 등기, 조양호 총수 일가의 탈세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욕설 녹취록 등 조씨 일가의 갑질 제보도 봇물을 이뤘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해외를 드나들면서 수많은 명품 등을 밀반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21일 대한항공 사무실과 조씨 일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인 조현민 전무가 6년 동안이나 진에어 등기이사로 아무런 제재 없이 등재돼 있었는지에 대해 지난 18일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9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조 전무의 휴대폰을 확보한 데 이어 조만간 조 전무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조 전무는 입건된 상태로 현재 출국정지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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