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23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 GM 해외사업부문 배리 엥글 사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한국지엠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 문승 대표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GM>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한국GM 노사가 극적으로 자구 계획에 합의했다.

일단 제너럴 모터스(GM) 본사가 예고했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지만 산업은행 및 정부와의 자금 지원 협상 등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국GM 노사는 23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임단협 교섭을 벌여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협상 데드라인인 23일 오후 5시를 한 시간여 앞두고 극적 합의를 이뤘다. 

노사는 지난 2월 7일 첫 상견례 이후 14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장실을 점거하고 협상 데드라인인 20일을 넘기며 교섭 기한을 연장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양측은 핵심 쟁점이던 군산공장 근로자의 고용 보장 문제와 관련해 밤샘 논의 끝에 절충점을 찾았다.

노사는 희망퇴직 후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 680명에 대해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시행하고, 무급휴직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에 합의했다. 법정휴가와 상여금 지급방법, 귀성여비 및 휴가비 등 복리후생 항목에서의 비용 절감에도 뜻을 모았다.

미래발전 전망 합의안에 따라 부평1공장은 2019년 말부터 트랙스 후속 SUV 모델을 생산한다. 창원공장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생산을 2022년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노조는 25일과 26일간 이틀간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사가 자구 계획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GM은 GM 미국 본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당장 시급한 유동성 부족 상황을 해결할 계획이다.

자금 지원과 신차 배정을 놓고 GM과 우리 정부의 협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노사 협상에는 베리앵글(Barry Engle) GM해외사업부문사장, 카허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문승 한국지엠협력업체비상대책위원장 (주) 다성 대표 등이 참석했다.

홍영표 의원은 “노동조합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굉장한 양보를 한 것이고, 역대 이렇게 많은 양보를 한 적이 없었다. 한국지엠이 정상화되고 한국자동차 산업과 해외시장에서 활약할 때 노동조합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라며 “정부는 한국지엠이 앞으로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가장 빠른 시일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임단협 노사 합의에 따라 한국GM은 GM 본사로부터 차입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받아 당장 급한 자금 융통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한국GM은 4월에만 협력사 부품대금, 보류된 성과급과 급여, 희망 퇴직을 신청한 2600명에 대한 위로금 등 최소 9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4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해도 9000억원이 넘는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관건은 GM 본사의 출자전환 관련 차등감자 여부다.

GM은 산업은행에 오는 27일까지 투자 확약서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GM 본사는 한국GM에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출자 전환하고 신규 투자 금액 약 3조원 중(28억달러)중 산업은행이 지분율 17% 만큼 5000억원을 유상 증자해 신규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GM이 27억 달러에 달하는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면 현재 17.02%인 산은의 지분율은 1%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비토권 등 GM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없다.

산은은 이를 막기 위해 GM이 최소 20대 1에 달하는 차등감자를 선행해야 현재 지분율에 맞는 신규 자금 50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M은 차등감자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부평과 창원공장을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해 세금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협상 과제다.

외투지역에 위치한 기업은 최초 5년간 법인세 등 100%, 이후 2년간 50% 감면 등 파격적인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GM의 지속적인 한국 사업 운영 의사가 확인되면 자금 및 제도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GM노사의 잠정 합의안이 마련된 직후 서울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비공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보도자료를 배포,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늘 한국GM 노사가 협상 시한을 연장해가며 어렵게 합의를 이룬 만큼 앞으로 상호 힘을 합해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이루어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또 "정부와 산업은행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한국GM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한다"며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발표한 3대 원칙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실사를 진행하고 GM 측과 경영정상화 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발표한 3대 원칙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 등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를 마치고 23일 오후 귀국, 곧바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산업은행 부행장등과 GM 관련 현안을 챙겼다.

김 부총리는 "한국GM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정부와 산은도 신속하게 GM과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각 관계기관들의 소관사항은 기존에 밝힌 3대 원칙하에 충실하게 검토해서 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GM 및 협력업체 고용인원은 한국GM 1만3000명, 협력사 약 14만명 등 15만3000명에 달한다. 이중 1차 협력사 301개사에 9만3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GM에만 납품하는 전속 협력사만 86개사로 1만1000명의 근로자가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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