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 부당한 손해를 입었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시작했다.

엘리엇은 2일 자료를 내고 ISD의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공식화했다. 대한민국 전임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배상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ISD는 한미 FTA에 반영된 투자자 분쟁 해소 절차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중재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절차다.

엘리엇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협정 위반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했다”며 “전임 정부 및 국민연금공단의 행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엘리엇에 대한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둘러싼 스캔들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형사 소추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삼성그룹 고위 임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한 형사 재판 및 유죄선고가 잇달았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2015년 합병 이후 명백히 드러난 사실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하고 법정 안팎에서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같은 해 5월 26일 양사 합병안이 공표된 뒤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7.12%로 높이면서 3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제일모직 0.95주당 삼성물산 1주로 평가했었다.

한편, 전난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무관치 않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1년간 특별감리를 한 끝에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에 통보했다 1일 밝혔다.

조치사전통지란 금감원의 감리결과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 사실 및 예정된 조치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상장 직전인 2015 회계연도에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1대 0.35)을 산정한 근거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들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11조원으로 평가했지만 국제자문기구는 이의 5분의 1도 안되는 2조원 정도로 평가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5년 유럽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뒤 관계회사로 바꿨다. 이에 따라 약 3000억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는 4조8000억원으로 부풀려졌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될 경우 지분가치 평가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회계처리 변경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21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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