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관련 전세계 언론과 커뮤니티들이 한국을 주목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해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가 가상화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하여 ICO(가상화폐 공개)를 허용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한국은 가상화폐의 그라운드 제로다. 모든 가상화폐 발행과 ICO 백서(white paper)는 한글본을 기본으로 올린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사용자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전문가들이 권하는 ICO체크리스트에는 팀원이나 자문역에 꼭 동양인, 그 중에서 한국인을 최소 한두명을 참여시킬 것을 추천한다. 이번 대법원의 비트코인에 대한 판례는 그런 점에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서 간단치 않은 파문을 준 것이 분명하다.

대법원의 판례는 이미 언론에 배포되어 보도되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법적 쟁점이 면밀하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외국언론들이 왜 주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미처 정리되지 않은 듯 하다. 

/이미지=coindesk

먼저, 가상화폐에 대한 출발에서 부터 오해를 불러 온 문제를 해명하고자 한다. 지난 1월 18일 JTBC ‘가상화폐,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 한호현 교수 등이 비트코인을 통화(fiat)라는 관점에서 논의한 내용은 쟁점 자체가 잘 못 설정된 것이다. 가상화폐가 통화(화폐)인가 아닌가는 국가, 궁극적으로는  전후 자본주의 체제를 설계했던 브레튼 우즈체제( Bretton Woods system, BWS)의 문제이므로 가상화폐 생태계에서 정할 문제도 아닐 뿐더러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문제도 아니다. 그야말로 ‘가상’적인 문제를 실질적인 주제로 논의한 것은 설정자체가 부적당하였다.

지난 5월 30일 비트코인을 몰수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심인 수원지방법원 제8형사부에서는 ‘압수된 216.12비트코인 중 191.32비트코인을 몰수하고, 금695,871,960원을 추징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한 것이다.

이 판결에서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가 가능한지 여부와 216.12비트코인 중 191.32비트코인만 몰수한 것과 추징액 산정이 적정한지가 쟁점이 되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래 가상화폐에 대하여 결제수단이나 금융상품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당시 발표로 인하여 가상화폐 자체가 법적인 의미에서 ‘가치’가 부정되거나 자본시장법 상 ‘증권’이나 ‘금융상품’성이 부정될 수는 없다. 금융위원장이 ICO에 대한 제도적인 문제를 언급할 수는 있지만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은 어디까지나 법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발언에 불과하다.
결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정부의 법해석 권한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며, 이후 국내외에서 발행되고 ICO된 가상화폐의 법적성격에 대한 해석도 사법부에서 최종적으로 판가름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선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성(security)이 인정될 경우, ICO를 경료한 코인이나 토큰이라 하더라도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모’로 인정되어 유가증권신고를 하지 아니한 불법증권으로 판명되어 형사처벌과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위원장의 말에 의하여 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 의하여 법이 해석되고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판례는 ‘압수된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가 가능하고 원심의 몰수 및 추징액 산정에 관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을 범죄수익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과 달리 몰수의 대상을 ‘물건’에 한정 하지 않고 ‘재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은 ‘은닉재산’이란 몰수∙추징의 판결이 확정된 자가 은닉한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말한다’고 규정하여 ‘재산적 가치있는 무형의 재산’을 재산의 개념으로 포섭하고 있다.

당시 피고인은, 현행법상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고, 비트코인은 정부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시세가 실시간으로 급변하여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10분마다 거래기록이 갱신되므로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비트코인과 압수된 비트코인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어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가상화폐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적인 가치의 디지털 표상으로 그 경제적인 가치가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또는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교환비율에 따라 법정통화(fiat)로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으므로, 결국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 일반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게임머니’도 ‘재산적 가치있는 모든 유체물과 무체물’을 의미하는 구 부가가치세법상의 ‘재화’에 해당되며,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 주소로 이체하여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으므로 특정되어 동일성이 상실되었다고 볼수 없다고 판단하여 몰수의 대상임을 인정하였다.

이와같이 정부가 코인과 토큰을 결제수단이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발표하였음에도 법원은 그 권한에 근거하여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였다.  현재  코인이나 토큰 발행자나 ICO를 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의도와는 달리 검찰이나 법원에 의하여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상장된 코인이나 토큰의 경우도 그 법률위반 여부에 따라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가상화폐와 ICO에 대한 정부의 불투명한 태도로 인하여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시바삐 아노미 상황을 정리하되 인터넷이후 새로운 혁신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책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한국핀테크연구회 회장)

임을 지고 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금융위원회 등 행정부 관료들이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면에 나서서 전문가들과 업계를 포괄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이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혁신적인 제도를 창안해야 한다. 

세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가 가상화폐와 ICO의 가는 곳을 묻고자 우리나라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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