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문건 98개를 5일 법원 내부망에 공개했다.

일반 국민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정보공개청구 대상이 되는지 검토한 후 향후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통해서만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중 90건은 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문건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이 공개한 조사보고서 인용파일 90건은 ▲판결 등 재판분석 ▲상고법원 추진 관련 문건 ▲법관 동향파악 및 대응전략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해당 문건들은 대법원의 업무를 분담하는 상고법원 추진을 목적으로 작성됐다는 것이 조사단의 판단이다.

문건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재임시절 법원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우리법연구회 등 판사들 모임 동향을 파악하고 견제 방안을 마련했다.

법원행정처는 ▲인사모대응방안 ▲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 ▲새로운소모임구성및경과안내 ▲전문분야연구회구조개편방안 ▲우리법연구회 회원 분석 ▲우리법연구회 노동개혁 5대 법안과 양대 지침 세미나 검토(대외비) 등 문건을 통해 구체적인 견제 방안을 작성했다.

조사단은 인사모가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법원 안팎에 표출할 것이라고 우려해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모임을 축소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법관들만이 가입한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대해서도 이판사판카페동향보고, 카페 설득논리 및 대응책 문건 등을 작성해 축소·폐지를 유도했다고 봤다.

‘법관의 잘못된 재판에 대한 직무감독 가부 검토계획’ 등 문건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을 상대로 직무감독도 검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건에는 법원행정처가 청와대가 관심을 갖는 재판을 세세하게 분석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 대해 원 전 원장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문건만 12건에 달했다.

법원행정처는 ▲원세훈 사건 항소심 판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법원 판결 관련 ▲원세훈 재판현장 스케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원세훈) 공판진행상황 ▲원세훈 파기후환송사건 보고 ▲국정원선거개입(원세훈) 사건요약보고 등의 문건을 통해 다방면으로 원 전 원장 사건을 분석했다.

2013년 12월 양 전 대법원장을 필두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합의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문건도 발견됐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회사의 경영사정,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들어 소급적용을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재판은 현재까지도 여러 통상임금 소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자 소속 국회의원들의 직을 박탈해달라는 소송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기하도록 하는 방법 등도 검토한 문건도 발견됐다.

이 같은 문건들은 상고법원 설치라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 문건에서는 ‘정부 운영에 사법부가 기여해 온 구체적 판결례 언급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증거가 되는 문건이다. 2015년 8월 20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면담 이후 상고법원 설립을 두고 청와대와 협상 내용을 제안하는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문건이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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