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KEB외환은행 전광판에 환율이 1133.70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중배 기자] 중국 위안화 약세에서 촉발된 원-달러 환율의 최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1133원 선을 돌파하며 9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33.7원)보다 6.7원 내린 1127.0원으로 출발했지만 그 흐름은 심상치가 않다.

원화가치는 중국 위안화 가격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탓에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계속 밀린다면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변수는 미국의 대응이다. 치솟고 있는 달러 강세를 그대로 시장에 맡기느냐, 아니면 어떤식으로든 강달러에 개입하느냐에 따라 위안화는 물론 원-달러 환율의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강달러를 겨냥, "우리통화(달러)만 오르고 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으로 토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발언 이후 미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해지면서 달러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달러가치와 무관치않다.

그럼에도 좀처럼 꺾일줄 모르고 오름세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원인이 위안화 가치하락이란 외생 변수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9개월 만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사흘 연속 최고점을 경신한 것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33.2원) 보다 0.5원 오른 1133.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1일 1135.2원 이후 9개월 만에 종가기준으로 최고치다. 앞서 지난 18일 1132.3원을 찍으며 1130원대에 재진입한 이후 19일 1133.2원 등 사흘 내내 기록을 갈아치우는 강세가 이어졌다. 20일에는 1134.4원으로 출발, 장중 한때 1138.9원을 기록하며 114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이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가열돼 추가로 심한 마찰음이 나오거나 심각한 막장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엔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돼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기울기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달러 강세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강력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수출 주력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할 지 모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득보다 실이 많다.

업종별로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화학 등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은 환차익으로 단기적은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 반면 항공 등 업종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악재다.
전 산업계가가 우려 섞인 시선으로 글로벌 무역전쟁과 이로인한 외환시장의 불안한 행보를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EU, NAFTA 등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이 진정되고 난 후에야 원-달러 환율 역시 펀더멘털에 연동된 정상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그 때까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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