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애도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

김정숙 여사 20일 영화 관람…“적절치 않은 처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순직장병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해병대 ‘마리온’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순직장병 장례식이 23일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열렸지만 유가족들의 거부로 청와대의 조문은 무산됐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육군 제3사단장 역임, 53·육사 44기)이 이날 오전 영결식장을 찾았다가 유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낭패를 겪은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17일 사고가 난 이래 23일 열린 영결식 전까지 분향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조화만 보냈을 뿐 조문 인사를 파견하지 않았다.

해병대 마린온 헬기 순직자 유가족들은 “조문기간이 끝나고 나서 뒤늦게 영결식장을 방문한 것은 조문이 아니라 모욕”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하고 장례식장이 마련된 도솔관 입구에서 청와대 대표로 참석한 김 비서관을 돌려 세웠다.

김 비서관은 영결식 일정을 고려해 현장에서 물러났다가 영결식이 시작되자 도솔관 2층에서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족 대표인 박영진 변호사는 김 비서관을 가리켜 "유가족이 가라고 했는데도 억지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영결식에 우리가 참석하지 못했지만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다시 한 번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유가족들은 청와대가 유가족들을 홀대하고 있다고 분개하며 이번 사고를 단순 헬기 추락사고로 축소해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군 관련 SNS상에서는 “추락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청와대가 미리 ‘최고 성능 수리온 헬기’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는 것은 국산무기 해외수출용 멘트일 뿐, 사고원인 조사의 의지가 아예 없는 방증”이라며 청와대의 사고원인 조사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또 “사고가 예견된 장비(마리온 헬기)에 소중한 장병들을 서둘러 몰아넣어 죽음에 이르게 한 건 소중한 아들들을 군대에 보낸 국민들 눈높이에 비해 정부나 군 당국의 안전 수준이 한참 미달된다”며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다.

실제로 상당수 군사전문가들과 대다수 언론도 이번 사고는 저렴한 개발비용과 함께 단기간의 졸속 설계에 이은 전력화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청와대 조문 거부에 이어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영화 관람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여사가 지난 20일 오후 영화 '허스토리'를 관람한 것과 관련해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허스토리'는 지난 1992년~1998년 6년 동안 위안부 치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민규동 감독의 영화다.  영화평론가들로부터 '무조건 봐야할 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영화 '허스토리'(2018) 포스터.ⓒ (주)수필름>

숨진 박재우 상병의 고모인 박영미 씨는 영결식장에서 “외국에선 한 장병의 생명도 헛되이 다루지 않는다”며 “5명이 숨졌는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아내로서 김정숙 여사의 영화 관람이 과연 적절한 처신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이어 “이들의 죽음은 내 친구, 내 친지, 내 동료의 죽음”이라며 “영결식이 끝나기도 전에 트위터에 영화 관람 소식을 알리는 것이 과연 순직 장병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인지 묻고 싶다”고 김 여사를 겨냥해 질의했다.

일부 유가족은 "유가족은 가슴이 타는데 앉아서 영화 관람이나 하느냐"며 강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일 직원들과 청와대 내에서 특별 상영된 영화 '허스토리'를 함께 관람했다고 게재했다.

김 여사가 영화를 관람한 20일 오후는 국방부와 해병대, 유가족들 간 사고조사위 구성과 관련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순직 장병들의 영결식이 끝없이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대다수 언론이 처참한 헬기 추락사고 현장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군인을 가족으로 둔 국민들이 슬픔에 잠긴 동안 김 여사 영화 관람 시각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송영무 국방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해병대 마리온 헬기 추락사고 유가족’과 관련해 ‘짜증’ 발언을 함으로써 유가족들의 분노가 치솟고 야당까지 나서 송 장관의 사과와 퇴진을 압박하던 민감한 때였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유가족들의 비판을 비껴가지 못했다.

야당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유족들과 정부 간 사고원인 조사와 영결식 등으로 마찰이 지속된 5일 동안 사고 현장은 물론 분향소나 영결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 22일 오후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국방위 간사 백승주 의원, 홍철호 비서실장, 윤영석 수석 대변인,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강석호·김명연·이완영·김정재·김석기·이종명·윤종필·송언석·박명재 의원 등 주요 당직자와 경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거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사고경위를 청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23일 영결식에는 자유한국당 박명재·정종섭, 바른미래당 하태경·유승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참석해 순직 장병들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집권여당 소속으로는 김병기 의원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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