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전 남서울지역본부 로비에 놓인 전력수급 전광판에 실시간 전력정보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명수 기자]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24일 경북 영천과 경기 여주가 역대 최고 기온을 찍었던 폭염은 25일도 계속될 전망이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가 급증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빈발하며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폭염이 계속 이어지자 전력수요가 9000만㎾를 넘기는 등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급기야 7%선까지 떨어져 전력수급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시작했다.

전력 예비율은 지난 24일 피크치 기준으로 700만㎾를 간신히 넘겼다. 전력 수급 비상 1단계 '준비'(500만㎾)까지는 200만㎾ 남짓에 불과하다. 25일 서울 등 일부지역이 소량의 비소식이 있지만, 폭염의 기세를 꺾기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도가 높아져 전력 수요가 더 늘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설상 가상 산업계가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라인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상황이어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급 대란이 일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아직은 전력수요나 예비전력율이 조금은 여유가 있다. 지난 24일 오후 5시 기준 최대전력 수요가 올들어 최대인 9247만㎾에 달했다. 예비율은 7.7%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예비전력은 709만㎾선이다.

이날 오후 2시40분에는 전력수요가 절정에 달하면서 전력예비율이 7.4%(예비전력 680만㎾)로 급감, 관계 당국을 긴징시키도 했다. 전력 예비율이 7%대 진입한 것은 2016년 8월 이후 23개월만이다.

이같은 현상은 전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측을 철저히 비켜간 것이다. 당초 산업부는 올 여름 전력수급대책을 통해 8월 2~3째 주에 전력 수요가 최대 예측치인 8830만㎾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으나 3주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지난해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력수요를 예측한 결과다. 장마 기간이 예년에 비해 짧아졌고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25일 이후에도 폭염의 기세가 꺾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록적 폭염을 보인 어제에 이어 25일에도 살인적 무더위는 기승을 부릴 것같다. 이번주 내내 이렇다할 비소식이 없는 가운데 이번 폭염은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온열환자가 급증, 다소 기온이 떨어지더라도 냉방기기 사용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전력수요 급증과 이로인한 예비전력률 하락 등 전력수급시스템이 당분간 비상국면에 놓을 것으로 걱정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부는 다소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24일에도 산업체에 DR(수요감축요청)을 실시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산업부는 거의 재난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전력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에 맞는 공급 및 수요관리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비상대책은 미리 세우지않으면 비상시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지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백운규 장관은 “발전기 공급이 계획대로 확충되고 있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비상자원도 갖추고 있는 만큼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과 전력수급 불안이 본격적인 휴가시즌인 7월 말~8월 초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 시기가 연중 최고기온을 기록, 전력 수요가 절정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편 예비전력이 500만㎾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경보가 발령된다. 500만㎾부터 100만㎾ 단위로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순으로 상향 조정된다. 만약 예비전력이 300만㎾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 비상조치 매뉴얼에 따라 긴급 절전이 시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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