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 고용쇼크, 유가상승, 폭염 등 악재가 겹쳐 소비자지수가 내리막세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중배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당구장을 운영 중인 조만호씨(62세)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 5월 이후 손님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하루종일 풀가동, 전기료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 씨는 "1분기까지는 매출이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5월 말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전단지를 돌려도 별 소용이 없어 앞으로가 더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되면서 일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물론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경기부진에 물가상승과 고용부진, 폭염 등 여러 악재가 맞물려 심상찮은 조짐이다.

이같은 현상은 데이터로 증명된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가계 형편이 어두워지면서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월보다 4.5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두달 연속 내려간 것으로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4월(100.8) 이후 1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폭 기준으로는 지난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꺾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의 주요 지수를 표준화한 것으로 종합적인 가계의 심리지표를 나타낸다.

CSI가 기준치 100이상이면 과거(2003년1월~지난해 12월) 평균치보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임을 나타낸다. 반대로 100 이하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CSI가 이처럼 나빠진 것은 좀처럼 고용 사정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최근 고용시장은 심각한 지경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 유가 상승, 주가 하락, 등 악재가 줄줄이 겹쳐 가계의 재정상황과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수들이 전부 하락한 것이다.

경제 상황 전망도 어두워졌다. 현재 경기판단과 향후 경기전망 CSI는 각 77과 87로 전월대비 무려 7포인트, 9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형편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현재생활형편CSI는 3포인트 떨어진 91을 기록했고, 현재와 비교해 6개월 뒤의 전망을 나타내는 생활형편전망CSI도 2포인트 내려간 97로 나타났다. 

가계수입전망도 99로 2포인트 내려갔다. 이 지수가 기준치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99)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가계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얘기다.

취업기회전망CSI는 87로 6포인트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4월(86)이후 1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임금수준전망도 118로 1포인트 내려갔으나 물가수준전망은 1포인트 오를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수준전망 지수도 128로 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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