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26일 공시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위클리오늘=김명수 기자] SK그룹의 간판 계열사로 발돋움한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도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초호황기,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편승 오랜기간 고공비행을 계속했던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당장 3분기부터 꺾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원한 라이벌이자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절대강자인 삼성이 수익 위주에서 매출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꿀 것으로 알려져 SK하이닉스가 실적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일단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은 A플러스다. 매출 10조 3705억 원에 영업이익이 무려 5조 5740억 원에 이른다. 영업이익률도 54%에 달한다.

제조업체가 영업이익률 15%만 넘어도 우량기업에 속하는데, 매출 10조 원이 넘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4%라는 것은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 것이나 진배없다.

성장률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75% 늘어난 4조3285억원이다. 모든 지표에서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는 31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2분기에 SK하이닉스 실적은 글로벌 기업 어디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번 3분기부터다. 무엇보다 전망이 밝지 않다. 초호황기가 끝물이라는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초호황기의 정점을 찍고 내리막세로 반전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 2년간 사상 최대 호황 국면을 이어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한 모바일 시장이 폭발한 덕택이다.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자연히 압도적인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겸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혜택을 받았다. 매분기 실적을 경신할 정도였다. 두 회사는 자체 그룹은 물론 대한민국 수출과 경제에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6달러까지 올랐던 D램(DDR4 8Gb 2133/2400㎒) 가격이 6월 말 8.6달러까지 내렸다.

이는 6개월 연속 하락세다. 낸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10월 14.3달러였던 낸드(256Gb 32x8 MLC) 가격도 6월 말 기준 13.3달러까지 내렸다.

설상가상 공급이 크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지는 추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시스템 반도체에 주력했던 중국이 연말 낸드플래시(32단) 양산에 성공하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아직 쫓아오지 못하는 고급 제품의 공급도 늘것 같다. 국내 업체가 잇달아 증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평균 2년 정도가 걸리는데, 공급이 부족했던 2년여 전부터 시작한 증설이 하반기에 속속 마무리된다.

SK하이닉스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전용 공장인 충북 청주 ‘M15’ 공장을 오는 9월 조기 완공 예정이며 삼성도 평택, 중국 시안 등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증설 중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M15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낸드플래시(72단 3D) 공급량이 40% 이상 증가한다. 하반기 삼성 공급량도 전년 동기 대비 24%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D램 사이클을 보면 후발 주자의 시장 점유율이나 이익에 대한 과욕, 선두업체의 수요 전망에 대한 과신이 가격 인하를 촉발했다”며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하반기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신규수요다. 4차 산업의 발달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늘어나는 공급을 커버한다면 슈퍼사이클은 더 오래 지속될 여지는 남아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와 관련 D램의 경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IDC 업체의 투자계획 상향,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 등으로 수요 증가세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본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전일대비 3.23% 오른 8만31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9일 9만300과 비교하면 적지않이 하락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하락이 과도한 수준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반도체 주가가 6개월 가량을 선행하는게 보통이란 점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 전망이 주가에 영향을 준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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