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정부가 현대그룹의 정몽헌 전 회장에 대한 금강산 추모식을 승인, 향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사진 오른쪽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명수 기자]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임원이 대거 방북, 금강산에서 정몽헌 전 회장의 추모식을 갖는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8년경 금강산 관광이 전격 중단되면서 현대그룹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대북사업의 끈은 놓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 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남북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통일부는 오는 3일 정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 행사를 위해 금강산 방북을 신청한 현대그룹에 대한 방북 심사를 거쳐 이를 승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정은 회장은 꼭 4년 만에 북한을 다시 찾게됐다. 현대 측은 현 회장을 필두로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등 그룹 핵심 임원 15명으로 방북단을 구성, 오는 3일 금강산에서 정 전회장의 15주기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정 전 회장의 추모식과 관련해 방북 동의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2003년 8월 정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영결식부터 시작해 매년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편 추모비 앞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2008년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이후에도 이뤄졌던 금강산 추모식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에는 당시 경색된 남북관계상 현대그룹이 방북을 신청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해 현대그룹이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제출하고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북한 측에서 '아직 때가 아니다'란 답을 받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대그룹 임원의 대거 방북관 관련, "이번 행사는 정 전회장의 연례적 추모 행사로 인도적 차원에서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현 회장과 현대그룹 임원들의 대거 방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시작으로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에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아산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전까지 금강산 관광객 195만명, 개성 관광객 11만명을 유치했지만 대북사업 중단으로 사업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재계에선 현 회장을 비롯해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의지가 워낙 크고 대북사업 관련 조직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을 계기로 대북사업 재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 남북 경협의 재개와 공동 번영은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대북사업에 대한 각별한 추진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현재 대북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권리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금강산관광지구 토지이용권을 필두로 ▲금강산관광지구 관광사업권 및 개발사업권 ▲개성공업지구 토지이용권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권 ▲개성관광사업권 ▲백두산관광사업권 ▲SOC개발사업권 등 총 7개다.

특히 현대그룹은 지난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후 지난 5월 남북경협 재개를 준비하기 위해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물론 재계 일각에선 금강산 관광 등 현대그룹 대북사업 재개의 핵심 열쇠가 미국에게 있다는 점에서 너무 큰 기대감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북 협력 강화에도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이 한국의 대북사업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한국만 단독으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식 개방을 추진하며, 경제발전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슈에 상관없이 남북경협 차원에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의외로 빠르게 추진될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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