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31일 뉴욕의 한 애플 매점에 고객 1명이 들어가고 있다. 애플 주가는 이날 아이폰 매출 호조에 힘입어 1년반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사상최초로 1조 달러(1120조원)에 육박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이중배 기자] 애플이 글로벌 증시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하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애플 주가는 2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2.92% 오른 207.39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증시에서 판단한 애플의 기업가치가 한화로 약 1129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시총이 3일 낮 12시 기준 292조4000억원대란 점에 비춰보면 상상이 안가는 수준이다.

몸값은 1조달러를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했지만, 애플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떄와 마찬가지로 애플도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애플 주가는 올들어서만 22% 가량 올랐다. S&P500지수가 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액 4배가량 상승한 셈이다.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향후 12개월 예상 PER은 15.7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평균 PER 16.5와 비슷한 수준이다.

닷컴 버블 기간중 마이크로소프트(MS)의 당시 PER가 59배였고 시스코 179배, 인텔 126배, 오라클 87배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애플의 평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의 밸류에이션 분석가인 애스워스 다몬다란은 "애플은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며 "실적 대비 PER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이 비록 단일기업 시총 1조달러 시대를 열며 세계 증시 역사를 바꿨다고는 하나 앞날이 평탄치는 않아 보인다는 게 증론이다.

무엇보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언제부터인가 혁신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총 1조달러 달성은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기적적인 모멘텀으로 기록될만하지만, 앞으로도 애플이 계속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냐는 숙제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애플의 지난 2분기 순익은 115억달러(약 13조원). 전년 동기 대비 40%가 증가했다. 아이폰 X의 판매 이익에 따른 것이다.

애플은 그러나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에 밀려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업계 3위로 밀려났고 영업 이익률도 직전 분기의 26%에서 23%로 줄었다. 물론 이는 놀랄만한 실적이지만, 애플이기에 부진한 실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폰 매출이 전체의 60%를 넘을 정도로 아이폰 의존도가 과도하게 크다는 것도 시총 1조달러 시대를 연 애플의 아킬레스건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여러 제품군을 갖고 있지만  아이폰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는 아직 아이폰에 비견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방증이며, 아이폰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욱이 태블릿PC와 웨어러블시장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앞으로 아이폰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애플은 자율주행차량이나 증강현실 안경 등 다양한 차세대 아이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결국 올 가을에 내놓을 아이폰시리즈 신제품의 성패에 향후 주가흐름과 실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의 시총 1조달러 진입으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버핏은 현재 애플 지분 5%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2016년 1분기 처음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 당시 주당 99.02달러에 10억달러 어치를 매입했는데 이는 현재 애플 주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후 버핏은 꾸준히 애플 지분을 늘리면서 올 1분기말까지 300억달러 이상 애플 주식을 매집했다. 현재 지분 가치는 무려 500억달러(원화 약 56조4500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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