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악의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장용 기자] 역대 최악의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농축산물 피해가 심각하다. 가마솥 더위를 견디다못한 가축 폐사가 급증하고 있고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농축산물 대란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정부가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수급안정대책을 7일 내놓을 예정이지만, 기승을 부리고 있는 찜통 더위가 끝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형국이다.

농축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밥상 물가가 치솟으며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다간 예년보다 열흘 가량 빠른 추석물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15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만도 총 453만409마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5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가축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북의 축산농가 피해 1만1412마리, 즉 닭 1만120마리, 오리 1250마리, 돼지 38마리, 소 4마리 등이 포함된 수치다.

축종별로는 닭이 425만7068마리(93.9%)로 가장 많이 폐사했다. 오리 20만9018마리, 메추리 4만6000마리, 돼지 1만7819마리, 관상조 500마리, 소 4마리 등의 순이다.

농작물의 경우는 지금까지 1016.9ha(헥타르·1㏊=1만㎡)에서 햇빛 데임(일소)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0ha)의 3.5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과일 농장의 피해도 심각한 양상이다. 사과·포도·단감·복숭아·자두·배 등 과수밭 513.5ha(헥타르·1㏊=1만㎡)에서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농작물의 경우 고추·수박·무·배추 등 채소밭 175.3ha, 인삼·깨·오미자 등 특작물 재배지 256.2ha, 콩·생강·옥수수 등 전작밭 71.9ha에서도 생육 장애가 나타나 농민들이 울상이다.

농축산물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해상에서도 급격한 수온 변화로 인한 수산물 피해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전남에서는 장흥 어가의 광어 13만여 마리, 함평 어가의 돌돔 8만여 마리 등 44만 마리가 폐사했다.

울산 울주군에서도 넙치 등 4만여 마리가 높은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으며 전복 양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완도 역시 고수온으로 인한 집단 폐사 위기에 처해 어촌에 비상이 걸렸다.

농축수산물의 폭염 피해는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밥상 물가가 요동치면서 더위에 지친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최대의 명절 추석까진 한달 반 정도 남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6일 발표한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 동향을 보면 무 가격은 개당 2581원으로 평년보다 119.9%, 한 달 전보다는 128.8% 뛰었다.

양배추는 포기당 4607원으로 평년의 119.1%, 전월의 231.2% 폭등했다. 배추는 포기당 전월 대비 84.5%가량 올랐으며 시금치는 4kg당 6만520원으로 전월대비 무려 265.0% 가량 상승했다.

수박은 8kg짜리 한 통당 2만5083원으로 예년보다 57.4%, 복숭아(백도)는 4.5kg당 2만181원으로 35.7%, 포도(캠벨)는 5kg당2만3398원으로 32.7% 각각 치솟았다.

육류는 닭고기가 kg당 1868원으로 21.0%, 소고기(한우·지육)는 kg당 1만8597원으로 6.9% 오른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과 이달 1일에 이어 오는 7일 농축산물 수급 안정대책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30억원 규모의 가뭄 예산을 자치단체별로 배정·지원하고, 폭염에 대비해 관개시설이 없는 밭에 농업용 관정 및 용수를 추가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석 물가까지 걱정할 만큼의 수급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면서도 "기상 대응과 함께 농민과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가용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폭염으로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양한 행적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폭염 피해 농축산가에 긴급 예산을 편성, 지원하는가 하면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올 여름 무더위가 언제쯤 꺾이느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여름은 최고 기온 뿐만 아니라 찜통더위 기간으로도 역대 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기상청의 관측이기 때문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이르면 8월 중순, 늦으면 8월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상 최악의 폭염이 농축수산계를 강타하면서 밥상물가가 치솟고, 이로인해 서민경제가 위협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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