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부진으로 수출이 호전되도 경제 성장률에는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장용 기자] 도대체 반도체가 없었으면 이 난국을 어찌 돌파했을까.

반도체가 수출 한국을 이끌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경기가 내수 부진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불황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출은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가 부진해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체적인 경기 호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내수의 뒷받침 없이 수출만으로는 결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를 제약하고 있다.

수출은 효자 반도체 덕분에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 6월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하면서 주춤했으나 지난달에는 6.2% 증가로 반등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31.6%의 성장률로 여전히 맹위를 떨친 가운데 석유제품(45.2%)이 초강세를 보였다. 철강제품도 부진에서 벗어나 34.0% 증가했다. 이에 반해 선박(-73.4%), 자동차(-13.5%)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교적 선전한 수출과 달리 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지속했다. 기계류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빠르게 감소했으며, 건설투자도 전반적인 둔화 추세다.

6월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가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증가율이 –13.8%로 뚝 떨어졌다. 설비투자지수는 4월(1.6%), 5월(–3.7%) 등으로 계속 감소 추세다.

KDI는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과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의 감소폭이 확대되고, 7월 기계류 수입액도 두 자릿수 감소(-10.6%)를 지속하는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감소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투자 부진은 내수 부진으로 연결된다. 투자가 주춤하자 소비 개선 추세도 더욱 완만해져 결국 내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였다. 우리 경제의 수요 측면이 살아나지 못해 전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KDI는 "수요 측면의 상황을 반영해,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생산 측면의 경기 개선 추세는 더욱 완만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도 일부 서비스업에서의 취업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고용부진이 지속돼 전체 취업자 수 증가는 여전히 미약한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6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2만6000명 감소해 전월(-7만9000명)보다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6월 전체 취업자도 10만6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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