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남발-기업 부담 가중 우려

▲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김명수 기자] 재계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부분 폐지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를 부분 폐지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서명했다.

폐지되는 전속고발권은 비교적 입증이 쉬운 담합행위(경성담합)로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가지 유형의 담합행위다. 이에 따라 공정위 고발없이도 해당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능해진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이 전면 폐지되면 고발이 남용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 왔다.

재계는 이날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부분 폐지에 합의하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 강화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사법당국과 공정위 두 기관이 이중적으로 조사함에 따라 기업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라 소송이 남발할 우려가 있다"면서 "경제적 분석이 필수적인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정위 고발시스템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 사건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 여건 등을 1차적으로 살펴서 중한 경우 고발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폐지돼 무조건 고발로 이어져 검찰, 법원으로 가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제재하는 것은 맞지만, 공정거래 사건은 사건이 복잡하고 치열한 시장경쟁 상황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경쟁 제한성 등이 있었는지 따져야 하는데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모든 경제거래 행위는 고소·고발 대상이 되는데 검찰이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계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함께 고소·고발에 따른 부작용 예방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에는 공감하지만,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기 전까지 언론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보완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단 고발이 이뤄지면 기업 입장으로서는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속고발권을 폐지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 대한 장치 마련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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