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북측 가족과 상봉

▲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최고령자 강정옥 할머니와 가족들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정상우 기자]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상봉단이 23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 모였다.

태풍을 피해 서둘러 제주에서 올라온 최고령자 강정옥(100·여)씨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남측 상봉단 가족들은 70년 가까이 생사조차 몰랐던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태풍이 금강산 인근을 지난다는 소식에 혹여나 일정이 축소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제주 애월에 살고 있는 강씨는 이번 상봉에서 70년전 헤어진 여동생 강정화(85)씨를 만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초기에 신청하기도 했으나 연이 닿지 않았다가 이번에 북측 여동생의 의뢰로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강씨는 남측에 함께 살고 있는 여동생 강순여(82)씨, 그리고 올케 조카 등과 함께 금강산으로 간다. 강씨는 전날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해 또다시 차를 타고 속초까지 이동하며 다소 지친 탓에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여동생 순여씨가 말문을 열었다.

순여씨는 "전쟁이 나면서 연락이 끊겼다. 언니가 17살에 제주도, 고향을 떠났으니 70년만"이라며 "(하고 싶은 말은) 살아서 만나 기쁘다는 것밖에"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화씨가 고향을 떠난 지 3개월만에 전쟁이 나면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순여씨는 계속해 "떨려서, 만나면 뭐라고 할지 준비가 안 돼. 뭐라고 말해. 살아줘서 고맙고, 신청해 우리도 이렇게 만나서 (고맙고),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더 있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최고령자인 정옥씨는 여독으로 말을 거의 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꼭 가야 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만남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게 동행한 가족들의 전언이다. 

북측 동생을 만나게 되는 전행석(91)씨와 함께 온 전민근(57)씨는 "내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태풍이 오면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데 순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하루 미뤄지면 2박3일이 통째로 미뤄지는 건지, 1박2일이 되는 건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한화리조트에는 모두 81가족이 집결해 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당초 83가족이었으나 2가족이 건강 등의 문제로 방북을 포기했다. 또한 동행가족 중 일부도 건강 등의 문제로 방북을 포기해 전체 상봉단 규모는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남측 상봉단은 오는 24일 오전 한화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고성을 거쳐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북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첫째 날에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 온정각에서 개별중식을 하고 오후 3시부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첫 단체상봉을 하게 된다. 같은 날 오후 7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남측 주최 환영만찬을 한다.

둘째 날에는 금강산호텔에서 개별상봉과 객실중식을 연이어 한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3시부터 면회소에서 두 번째 단체상봉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오는 26일에는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과 공동중식을 끝으로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귀환하게 된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1회차 상봉행사에는 남측에서 방문단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197명이, 북측에서 185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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