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다음달 초 평양에서 사상 첫 국제 블록체인컨퍼런스를 연다. 블록체인 열풍이 북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혜은 기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열풍이 마침내 북한 평양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땅에 블록체인의 새로운 바람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폐쇄적이고 철저한 중앙중심의 독재국가인 북한과 탈중앙화된 분산형시스템이 근간인 블록체인 경제가 도저히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부정론과, SW강국으로 알려진 북한의 IT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블록체인 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긍정론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이 오는 10월께 평양에서 첫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블록체인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RFA는 '조선친선협회'를 인용해 'Korean International Blockchain Conference'라는 제목의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국제 컨퍼런스를 오는 10월 1일과 2일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친선협회는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 특사인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Alejandro Cao de Benos)가 결성한 해외 친북 단체다. 2000년 8월 설립 이후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주체사상의 해외 전파를 주요 업무로 한다. 현재 120개국에 1만2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 최초의 이번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기업들에 블록체인의 생태계, 규제요건, 지급 방법 등에 관한 자문을 하는 크리스토퍼 엠스 토큰키(TokenKey) 대표가 공동 기획한 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틀 간의 회의가 끝난 10월3일엔 북한기업들과의 비즈니스미팅 자리도 마련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와 관련, 북한이 블록체인 국제회의를 개최해 암호화폐나 거래소를 만들 수 있는 북한의 능력 등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로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이같은 첨단기술에 능하고 국제적 열풍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목적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북한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북한에도 비트코인 송금이 가능하다. 일부 식당은 비트코인 결제까지 지원하는 수준이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비트코인 사용처를 수집 공개하는 '코인맵(Coin-Map)을 인용해 평양 4곳, 원산 1곳에 비트코인을 받는 식당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트코인 송금도 가능하다. 미국 소셜뉴스사이트인 레딧(Reddit)에 따르면 2014년 1월 평양을 방문한 한 미국인이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북한 네트워크를 통해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적지않은 양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 년 전부터 중국으로부터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를 도입해 비트코인을 축적해왔다는 것이다.

북한이 높은 익명성, 자금 추적의 곤란함, 용이한 환금성 등 가상통화의 특성에 주목해 그동안  암호화폐 채굴에 나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때 블록체인 기술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다소 우세한 실정이다.

북한은 고성능 컴퓨터 보급이 미진한데다가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해 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가 조기에 뿌리내리기엔 한계가 따른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구현에 필수적인 자금조달, 즉 ICO(코인공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부정론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아키텍쳐이자 암호화폐 플랫폼 개발자인 로이 킴(한국명 김형민)은 "블록체인은 IT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IT에 모자 정도를 씌운 것으로 IT기술에 정통하면 블록체인 관련 기술 개발이 난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비즈니스는 결국 자금, 사람, 시장 등이 맞물려 돌아가야한다는 점에서 북한 블록체인경제가 세계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접속을 일부 계층만이 독점하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적 가치가 중요한 블록체인경제의 발전은 현재로선 기대하기 곤란하다"며 "북한은 그러나 강화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화폐 채굴을 지속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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