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강인식 기자] 검찰이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검찰은 '중간 책임자'인 임종헌 전 차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지시와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임종헌 전 차장 영장 범죄사실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고영한·박병대·차한성 등 전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한 상태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외에도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를 적용했다. 6가지 죄명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추가 범죄사실 또한 영장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헌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인 기획조정실장과 차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재판 거래 및 개입, 비자금 조성, 법관 사찰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 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관련해 '중간 책임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이 실무 총책임자 역할을 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전직 행정처 처장들에게 사안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윗선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이 받고 있는 혐의 중 2015년 공보관실 운영지원비 3억5000만원 가운데 각 법원에 배당된 2억7200만원을 돌려받아 행정처 금고에 보관하는 등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무효화 개입 혐의 등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측근이었던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집중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중간 책임자'이자 통로 역할을 한 임종헌 전 차장을 구속함으로써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오는 25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