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 수사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강인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박병대(61)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이 차한성 전 대법관을 소환조사한 적은 있지만 당시는 비공개 소환조사였다. 따라서 박병대 전 대법관 소환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한 첫 공개소환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9일 오전 9시30분 박병대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검찰 출석전 취재진에게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동안에도 사심없이 일했다"며 "그렇지만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받은 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근무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병대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2014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이밖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또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상고법원 등 당시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과 변호사단체 등에 대한 부당 사찰,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및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하고, 지난 9일에는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병대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종 사법농단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조사 범위와 분량이 방대한만큼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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