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인규 전 지주회장 겸 은행장 채용비리·비자금 혐의 구속
박명흠 현 은행장 대행 자녀 입사 청탁의혹…DGB캐피탈 '압수수색' 등
“안정화를 위한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리더쉽 아쉬워”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DGB대구은행 이사회가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에서 요청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8개월째 공석인 은행장 선임을 두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어 이를 조기에 수습하고 안정화를 위한 DGB금융지주의 리더십이 아쉽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채용 비리와 전임 최고경영자(CEO)의 비자금 조성 수사에 이어 박명흠 현 은행장 직무대행이 DGB캐피탈에 자신의 아들을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어 압수수색을 받는 등 끊이지 않는 악재로 지역경제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20일 DGB대구은행에 따르면 대구은행 이사회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추천권을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확정했다. 이에 은행장 선임권은 지주 차원서 관리하며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바뀐다.

이미 DGB금융지주는 지난 9월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또 자회사에 규정 개정을 요청해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등이 지난 13일과 15일 각각 규정을 개정했다. 마지막으로 대구은행이 규정 개정을 결의하면서 지배구조 쇄신을 위한 제도화 작업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경영자 도덕성 문제로 불거진 대외신뢰도 추락이다. 떨어진 신뢰도는 대구·경북 지역의 경제 혈맥이던 대구은행의 역할론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기업의 자금줄이던 대구은행이 그간 채용비리 등 겹친 악재에 이어 수성구청 펀드 손실 의혹 수사 등으로 위축된 대출을 진행하다보니 중·소기업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검찰 수사 등으로 신규 대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실적을 보면 올해 3·4분기 DGB금융지주의 순이익 2932억원 가운데 DGB대구은행(2811억원)이 자치하는 비중은 96%에 달한다.

이는 지역 영세 상공인은 물론 중소기업, 스타트업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이른바 ‘대구·경북권 자본공급 혈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DGB대구은행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2조4356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6년의 20조9976억원 보다 6.8%가량 증가한 것이다. 특히 DGB대구은행의 기업 대출은 70%가 대구·경북에 집중돼 있다.

DG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경우 그룹차원의 실적을 선도하는 자회사이며, 내홍을 겪어 사실상 기업의 미래 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관계형 금융과 기술금융 지원 위축이 현실화 됐다는 시각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은행장 선임 등을 두고 지주와 갈등을 빚어온 은행 이사회가 규정 개정을 받아들이면서 DG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전면 쇄신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면서 “향후 신뢰 회복과 경영 리스크 방지를 위해 노력해 대구 경북 지역의 자본 혈맥으로서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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