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강인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23일 고영한(63)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사건 수사이후 전직 대법관이 공개적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박병대(61) 전 대법관에 이어 두번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이날 오전 9시30분까지 나와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고, 고영한 전 대법관은 이보다 빠른 오전 9시1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누구보다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과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시는 후배 법관들을 포함해 법원 구성원께 송구스럽다"면서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을 지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스폰서인 건설업자 정모씨의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했고, 이를 확인한 법원행정처가 감사 및 징계 관련 조치없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 과정에서 고영한 전 대법관은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미루도록 요청했고, 윤인태 법원장은 이를 담당 재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줬다는 의혹에 연루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을 정지한 하급심 결정을 뒤집고 고용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였는데, 당시 주심은 고영한 전 대법관이었다.

이밖에도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관여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및 자료 수집 ▲헌법재판소장 관련 동향 수집 및 비난 기사 대필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대응방안 마련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판사 부당사찰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 및 수사 정보 수집 등 혐의도 받고 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이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첫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조사했고, 지난 19일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공개 소환했다.

검찰은 고영한 전 대법관을 상대로 법조비리 무마 의혹 및 전교조 재판 개입 등 혐의 전반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고영한 전 대법관 조사 이후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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