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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삥시장’의 역설...유통업계 영업사원들의 눈물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삥시장’은 서울 영등포, 청량리, 인천 구월동 등에 분포돼 있는 덤핑시장을 가리키는 일종의 은어다.

그곳에 가면 각종 식음료를 시중가의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슈퍼나 마트, 노래방 등을 경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자주 애용한다.

또한 ‘삥시장’은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정상 루트로는 도저히 소화가 안 되는, 갈 곳 잃은 제품들의 종착지라 그렇다. 유통업계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그곳의 한 상인은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시중가의 20~30% 가격에 매입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그럼 과연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납품을 하는 것일까? 상인은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영업사원들이나 대리점들이다"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했다.

다시 말해 영업사원이나 대리점이 자신들이 팔고 있는 제품들을 스스로 덤핑처리 한다는 뜻이다. 이에 기자는 실태 파악에 나섰다. 각 제조사를 비롯, 영업사원들을 만나 유통구조와 판매압박 관행에 대해 두달 간 취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증거자료를 수집한 결과, 거의 대부분의 제조사 영업 일선에서는 판매압박과 덤핑은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다.

우리는 수년 전 남양유업 사태에서 이른바 ‘밀어내기’ 관행이 어떤 폐해를 낳는지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제조사는 영업사원에게 과도한 판매량을 할당해 내려주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영업사원들은 판매량을 채우기 위해 할인판매를 일삼다 결국은 ‘삥시장’까지 드나들게 됐다. 물론 이에 따른 부족금을 본인 돈으로 채워 넣는 건 덤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삥제품은 카드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가 밀어내기 제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실적을 강요당하는 영업직원들과 대리점이 필요 이상으로 떠안게 돼 발생한 재고 물량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되기 때문에, 손실 보전을 위해 헐값에 삥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근본적으로 밀어내기 관행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삥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라지지 않는 삥시장의 배경엔 제조사와 각 영업소 간의 불공정한 유통구조가 있다.

기자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수요량과 공급량의 교차점에서 가격은 형성된다.

하지만 독과점이 지배하는 시장이나 또는 본사의 매출압박과 허위매출 강요 등 외부요인에 의해 공급량이 넘쳐나는 공급과잉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못한다.

독과점 시장에서는 가격결정에 있어 생산자가 이익을, 과공급 시장에서는 생산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모두 정상적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왜곡된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독과점 시장의 병폐는 소비자협회나 시민단체들, 그리고 정부가 나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생산자에 대한 꾸준한 견제와 감시를 해야겠지만, 반대로 생산자의 이익을 갉아먹는 과잉공급 시장을 지향하는 생산자는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당경쟁 등으로 생산자들은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사가 정한 목표치 달성을 위해 영업사원들은 이른바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판매압박은 없었으며 일부 영업사원의 '일탈'이라고 기업들은 항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수십 년 간 ‘삥시장’은 왜 존재하고 있는가? 

이러한 일련의 왜곡된 유통시장에 대한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입수한 자료와 해당업체의 반론을 실어 지난 20일 본지는 '[유통 탐사Ⅰ] "크라운제과, 매출압박에 제품 떠넘기기, 허위매출 강요" 논란①'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며칠 전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한 통의 서류가 배달됐다. 해당기사로 인해 본지가 크라운제과로부터 정정보도 요구와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 제소를 당했다고 알려왔다. 왜곡된 유통구조에 대한 개선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이제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말이다.

아마 더 이상 취재와 보도를 하지말라고,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지 의문이다.

소비자로서는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격이 내려갈수록 늘어나는 피해는 각 제조사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일 수 있는 영업사원들의 몫으로 남는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기업의 매출압박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영업사원들의 눈물은 그만큼 많아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게 바로 ‘삥시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역설이다.

하루 빨리 '삥시장'이 사라진 정상적인 사회가 되길 빌어본다. 

김인환 기자  in@onel.kr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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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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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팅 2018-12-06 15:41:27

    정말좋은기사입니다.
    대기업들의횡포!
    더이상 간과함 안됩니다   삭제

    • 문칼 2018-12-06 08:14:31

      좋은기사입니다. 응원합니다.   삭제

      • 눈물 많은 사회 2018-12-06 00:49:16

        삥시장? 어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나 영업직 사원들의 아픔을 보지 못했습니다
        덤핑! 덤핑!
        정말 좋을 수 많은 없는거네요
        슬프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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