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제정 이후 첫 처벌 사례

▲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무소속)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강인식 기자] 이정현(59·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정현 의원은 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방송법 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만에 처음으로 처벌받는 사례로 기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정현 의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무원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따라서 이정현 의원은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오연수 판사는 이정현 의원의 행위가 방송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송법 4조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연수 판사는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와 독립이 무너질 경우 전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처벌해야 한다"며 "추상적 위험범으로 실제 편성에 영향을 안줬다고 해도 객관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음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오연수 판사는 이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의원의 요구를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정현 의원이 김시곤 전 국장에게 전화한 시기와 이유, 말의 내용 등에 비춰 단순한 의견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시해 상대방 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오연수 판사는 앞서 이정현 의원측 변호인이 '방송편성 개입 처벌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됐지만 처벌받거나 입건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오연수 판사는 "이 사건 관련 조항의 위반 이유로 기소와 처벌된 적이 없는데 이는 아무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관행 정도로 치부했기 때문"이라며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처벌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상황을 계속 유지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언론 간섭을 용납해 이 사회의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오연수 판사는 "한번도 적용된 적 없는 방송법 위반 처벌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경각심없이 행사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 간섭이 더이상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연수 판사는 "실제 관행이기에 범죄 인식이 무뎌져 이정현 의원이 자신의 가벌성을 뚜렷하게 인식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을 보이지 않은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2014년 4월21일 김시곤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과 방송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점 등을 고려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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