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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론 과연 그 근거는?마야력 13박툰이 끝나는 12월 21일 지구 멸망

<위클리오늘 최학진 기자> 
7000년까지 기록된 새 달력…종말론 근거 상실
마야의 마지막 날로 또 다른 주기의 시작일 뿐

   
▲ 불타는 지구
20세기 말의 종말론에 이어 12년여가 흐른 지금, 또 다시 지구 종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개인용 벙커에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성지로 몰려드는 등 세계를 휩쓰는 지배담론이 돼 버렸다. 그 중심에는 고대 마야력(歷)이 자리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마야력에 2012년 12월 21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날짜가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행성 엑스(X)와의 충돌설, 태양 폭풍으로 인한 멸망설, 웹봇의 지구 멸망 예측설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말론이 횡행하고 있다. 마야력 종말론을 중심으로 이들 종말론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에 대해 곱씹어 보자.


“1999년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이 부활하리라. 화성을 전후로 행복하게 지배하리라”며 지구의 종말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 그의 예언은 20세기 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종말의 담론에 빠뜨려 혼란을 야기했다. 여기에 Y2K라 불리는 밀레니엄 버그까지. 말 그대로 21세기로의 진입은 두려움이 가득한 시기였다. 이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Y2K로 인한 끔찍한 현실은 그저 상상에 불과한 기우로 밝혀졌다.
12년이 흐른 지금, 마야력에 기초한 종말론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마야 장기력에 오는 12월 21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달력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지자 사람들은 하나둘 고대문명을 이룩한 마야인들의 상형문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프랑스 등은 “지구 종말은 확실히 없다”며 종말론자들을 안심시키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그리스정교회는 최근 “종말은 분명히 온다”며 “마야력의 끝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3.0.0.0.0’ 박툰의 끝, 無의 세계

   
▲ 마야의 달력
고도로 발달한 천체관측술과 축조술을 지닌 고대 마야문명은 지구가 5125년을 대주기로 운행되고 있다고 믿었다. 마야의 달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주식인 옥수수의 성장주기에 맞춘 260일 달력과 지구의 공전 주기를 계산한 365일 달력, 그리고 종말론의 근거가 되는 장기력이 있다. 장기력은 5125년을 한 주기로 하며 마야의 시간 측정 단위인 박툰(394년 주기)을 사용한다. 마야력은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에 시작해 13번째 박툰(baktun)에서 끝이 난다. 이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그날은 바로 2012년 12월 21일. 이날이 지나면 “세상에는 인류도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게 마야 종말론의 핵심이다.

볼론 욕테는 파괴와 암흑의 공포 대왕
마야의 볼론 욕테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등장하는 공포대왕과 궤를 같이 한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실제 1999년이 아니라 2012년이 맞다고 재해석한다. 노스트라다무스는 그의 아들 세자르에게 “모든 것은 화성이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화성은 영문명으로는 Mars,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이다. 지구 최후의 전쟁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한다. 중앙아메리카의 전쟁과 창조의 신, 그리스로마의 전쟁의 신. 지구 멸망이라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을 뿐 ‘파괴와 암흑, 새로운 시작’ 등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이름인 것이다.

여기에 1982년 로마 국립중앙도선관에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서인 ‘바티니시아 노스트라다미’가 발견됐다. 암호 같은 그림 몇 장이 종말론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림 속의 어린 양이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희생양을 의미하며, 이것이 곧 지구의 종말을 뜻한다고 해석한다. 3개의 달과 1개의 태양은 각각 세 번의 월식과 한 번의 일식을 의미하며, 이 모든 것이 발생한 이후인 2012년에 지구가 종말을 고한다는 얘기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함축과 은유가 대부분으로 그 해석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1999년 종말을 강하게 부르짖던 이들이 다시금 새로운 해석으로 2012년을 지목했다. 근거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특정 사건이 일어난 뒤에 재해석해 견강부회식의 ‘말 갖다 붙이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야 종말론의 한계
독일의 마야 전문가인 그로네마이어는 최근 멕시코 동남부 팔랑케에서 열린 ‘마야 문명과 시간의 개념’이란 학술회의에서 마야력에 근거한 종말론을 부정했다. 그는 “마야의 마지막 날은 또 다른 주기의 시작을 가리킬 뿐이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으며, 전쟁과 창조의 신인 볼론 욕테가 다시 나타나는 날짜가 12월 21일이다. 이 날짜는 마야인들이 아는 시간의 끝이자, 알지 못하는 새로운 시간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텍사스대학의 마야 금석학(金石學)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튜어트 박사와 버클리대학의 인류학자 로즈매리 조이스 박사 또한 모뉴먼트 6에 대해 “마야인들은 아무 것도 예언해 놓지 않았으며, 2012년은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새 달력의 시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볼론 욕테에 대해서도 “볼론 욕테는 창조의 날에 존재했기 때문에 마야인들에게 그의 재림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마야 전문가인 에드윈 반 하트는 “내가 본 모든 텍스트에서 볼론 욕테는 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쟁이나 파괴와 관련된 텍스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석의 마지막 글자는 훼손돼 해석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 비문의 내용은 예언이 아니라 7세기 실존했던 발랍 아하우 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미 보스턴대 윌리엄 사투르노 교수팀이 2008년 과테말라 북동부의 마야 유적지 ‘술툰’에서 달력 제작 과정을 상형문자로 표시한 벽화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이 문자를 해독한 결과, 이 달력은 놀랍게도 7000년 이상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었다. 벽화를 그린 시기는 서기 800년쯤으로 추정된다. 마야력이 가리킨 2012년 12월 21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가리키는 하나의 주기에 불과한 것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상술과 교묘히 결합한 마야력
최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은 고대 마야력 종말과 관련해 마야문명을 체험하려는 관광객 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테말라는 12월 21일을 즈음해 관광명소 13곳에서 공식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과테말라에서 살아가는 일부 마야 후손들도 다양한 지역 행사를 준비한다. 멕시코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한몫 단단히 챙기려 하고 있다. 마야 종말론이 관광산업을 살찌우고 있는 셈이다.

현지 마야문명권 원주민들은 정부와 관광업계를 곱게 쳐다보지 않는다. 마야 문명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낸 상업주의에 물들어 ‘이득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 유산이 고작 돈벌이에 이용된다는 데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마야력에 근거한 종말론은 지극히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해석도 있다. 즉, 마야인들은 내세를 믿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한 주기의 끝’을 얘기하는 데 반해, 서양인들은 이를 단순히 ‘모든 것의 끝’으로 받아들인다는 풀이다.

기타 다양한 종말론들
행성 엑스(X) 지구와 ‘꽝’

고대 마야력에 근거한 종말론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모두 ‘하늘’과 관계가 있다. 천체와 관련한 종말론으로는 태양과 ‘행성 X’가 등장한다. 일본 고베대학 무카이 다다시 천문학 연구팀의 자료를 근거로 낸시 라이더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행성 X에 대한 예언을 했다. ‘니비루’라고도 불리는 행성 X는 지구 4배의 지름, 23배의 질량을 가졌으며 3600년 주기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머지 않아 행성 X가 지구에 근접하거나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시기는 2012년이라 못 박았다. 이는 고대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행성 니비루와 궤도가 비슷했다. 니비루가 접근하면 지구 자기장에 의해 지구 자전축이 바뀌고 남북이 바뀌는 현상도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와 행성의 충돌. 영화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행성과의 충돌은 터무니없는 사실로 판명됐다. 낸시 라이더가 주장하는 니비루라는 행성은 관측된 적이 없다. 일본 천문학 팀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을 뿐이다. 이름 또한 외행성을 가리키는 ‘아우터 플래닛’에서 언론의 흥미 유발로 인해 행성 X로 바뀌었다는 게 무카이 다다시의 설명이다. 나사가 행성 X에 대해 숨기고 있다는 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천문학자들은 “지구 근처에서 빠르게 움직일 정도의 천체라면 다른 천체 망원경에서 관측되는 게 당연하고 이를 나사가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나사는 “각국의 과학자들은 지구로 접근하는 물체 중 직경 2마일(3.2km)이 넘는 것을 한데 모아 지도를 만들었으며, 조만간 지구에 위협이 될 만한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양 폭풍자기에 블랙아웃
가상의 행성 X와 더불어 태양의 흑점도 종말론의 한 근거다. 나사의 관측 결과, 태양 흑점 활동이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다.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1859년 캐나다 퀘백 지역의 전력망이 9시간 동안 작동하지 않아 블랙아웃 됐다.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난다면 기계 문명에 터를 둔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태양 폭풍 때문에 지구를 보호하던 자기장에 거대한 균열이 생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주 전문가들은 “태양의 흑점은 11년 주기로 반복하며, 2001년이 극대기였으므로 올해나 내년에 극대기가 오지만 지금까지 숱하게 있어왔던 일로 실질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2001년의 극대기보다 흑점 수가 적어 활동은 더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구 자기장 소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지구 자기장이 변할 만한 아무런 조짐도 없다”고 일축했다.

천재 ‘웹봇’의 분석 거부
웹봇은 ‘웹+로봇(Web+Robot)’의 합성어로 인터넷의 모든 자료를 모아 핵심 단어들을 조합, 언어 엔진으로 주식 시장의 변동을 그래프로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웹봇은 2001년 미국 9·11 테러와 2003년 2월 컬럼비아 우주왕복선 참사,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등을 예측했다. 웹봇이 좀 더 먼 미래를 예측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 박사가 ‘멸망’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태양의 뜨거움, 멸망, 지구, 자외선, 2012’ 등의 키워드를 쏟아내고는 특정 시점에서 분석을 거부했다. 그날은 역시나 마야력이 끝난다고 하는 2012년 12월 21일. 웹봇이 분석한 그래프는 테렌스 메케나가 분석한 주역의 타임웨이브 제로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웹봇은 키워드만을 쏟아내고 이를 해석하는 것은 사람이다.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무수히 많은 조합의 결과가 생겨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웹봇의 종말론은 도출한 결과의 해석에 의문부호가 따른다.

주역, 타임웨이브 제로에 멸망
64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괘를 이용해 점을 치는 중국의 고대 서적 <주역>. 미국 과학자 테렌스 메케나는 주역을 수리적으로 분석해 시간의 흐름과 64괘의 변화율을 그래프로 표시하고 이를 ‘타임웨이브(time wave)’라 명명했다. 테렌스는 4000년에 걸친 인류의 변화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그래프 상승기에는 영웅·신흥국이 등장했고, 그래프 하강기에는 인류사에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국가가 멸망했다고 설명한다. 이 그래프도 한 시점에서 0이 되는데 이날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다. 대다수 주역 전문가들은 테렌스가 꿰어 맞추기를 했으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폄하한다.

슈퍼화산 폭발로 생명체 절멸
약 7만 4000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토바 호’는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 폼페이를 집어 삼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화산재와 화산이류가 섬 전체를 뒤덮으며, 북반구 식물의 3/4을 소멸시켜 버렸다. 화산재는 또 태양열을 차단해 지구의 빙하기를 불러왔다.

이 ‘토바 호’ 아래에 자리한 지구 최대 화산의 폭발 가능성도 2012년 종말론의 하나다. 일부 지질 전문가들은 2004년 12월과 2005년 3월, 두 차례의 강진이 수마트라 서부해안 부근의 단층선을 따라 발생해 단층선 위에 자리한 토바 호 화산의 폭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의 한 연구진이 몇몇 슈퍼 휴화산 마그마를 분석해 본 결과, 마그마 성분이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마그마가 차오르는 현상이 수천~수십만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을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실제 분석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 어느 때든, 어떤 성질의 마그마든 모여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나마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는 종말론이다. 암울한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장비만 제대로 갖추고 면밀히 관찰한다면 화산이 폭발하기 수십년 전에 이를 탐지할 수 있어 사전 경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종말론이 뭐길래…
종말론에 사람들이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현실이 나빠지면 불안감을 가지는데, 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나름의 이론이나 책임 지울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라고 설명한다. 즉,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한 주기의 끝과 같은 2012년의 종말은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들 삶에 대한 잠깐의 쉼이자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는 알찬 기회다.

<사진 모뉴먼트 6. 출처=www.theoutpostforum.com>
<참고자료=네이버 백과 사전 등>

최학진 기자  blue@weekly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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