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산청 농촌활동가. 우와목장 대표 박종호

[위클리오늘신문사] 국내 전통적인 한우 시장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안전하고 신선한 쇠고기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를 함께 해 왔다.

최상급 육질의 쇠고기만 공급하면 소비자 스스로 한우를 찾게 될 것이라는 단편적인 바람에서 비롯된 접근이었다.

하지만 한우 시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우는 비싸다’라는 인식과 함께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 등으로 저렴한 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한우가 오히려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내 한우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우의 유통구조다.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 한우의 경쟁력 제고는 유통구조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우농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구조 개선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뜯어고쳐서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한우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시장의 유통구조를 보면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축산농가-도축장-중도매인(경매)-가공업체-정육점(소매점)을 거치는 구조다.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당연히 유통 거품이 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올 상반기(1월~6월) 축산물 유통실태 조사보고서에서 쇠고기 유통비용율이 47.1%에 달한다고 밝힌바 있다.

유통비용율은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소비자가 낸 쇠고기 값 1만원 중 4710원이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서 거품으로 증가된 비용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쇠고기 값이 오를 때는 조금 이익을 보고, 떨어질 때는 큰 손해를 본다고 푸념한다. 소 값이 오를 때는 유통마진이 소비자 가격에 즉시 연동돼 상승분을 빼앗아가지만, 하락 때는 유통마진의 감소보다는 산지 가격에 하락 분을 고스란히 떠넘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입육과 경쟁해야 하는 한우육의 유통구조를 들여다보면, 외국소 수입업자를 포함한 수입육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자본과 전략에서부터 시장을 지배한다. 홍보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유통단계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도 시스템화 돼 국내 수입육의 시세를 저울질해 왔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데다 그 숫자 또한 무수히 많다. 상대적으로 시스템부터 뒤쳐진 한우 유통구조로는 시장지배를 위한 전략적 기동이 근본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내 한우 농가들이 유통구조의 혁신을 줄기차게 외쳐온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한우 가격은 도축마릿수 감소의 영향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을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한우 도축마릿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 감소한 56만1000마리였다.

이에 한우 가격과 송아지 가격이 각각 7.7%와 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수입 쇠고기 시장도 확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 증가와 평균 단가 상승이 눈에 띈다.

지난 1~9월 사이 미국산 쇠고기의 누적수입량은 18.6% 증가한 16만2000톤으로,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의 누적수입량이 각각 0.7%, 1.5% 증가한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사정에 한우농가의 고심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해결책이 없을까.

정부가 나서 유통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생산-도축-가공-판매를 총괄하는 통합 경영체인 ‘축산물 패커’ 시스템 구축안은 환영받을 만한 계획이다.

2020년까지 유통브랜드 안심축산의 산지계열 농장을 200곳으로 늘리고, 공판장 중심의 안심축산 기능을 가공·유통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일괄적인 관리 체계일 수 있어 복잡한 유통단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단계가 줄면 산지·도매 가격과 소비자 가격의 연동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고 한우농가의 생산비 절감효과도 높아질 것이다. 한우가 유통거품 때문에 수입 쇠고기한테 시장을 내주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바로 지금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 함양·산청 농촌활동가. 우와목장 대표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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