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성 관계자조차 공개 반대했지만 '톱다운' 방식으로 강행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조원호 기자] 한국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준한 증거가 있다며 당시 촬영된 영상 공개를 강행한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라고 지지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방위성은 한일 군당국간 관계를 한층 냉각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영상 공개를 주저했지만 아베 총리가 톱다운 방식으로 강행했다고 전했다.

방위성은 지난 27일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당초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도 이에 부정적이었으나 아베 총리의 '한마디'로 급히 결정됐다고 한다. 

한 집권 자민당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올 11월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결정하고, 이어 일본 전범기업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잇따르자 "아베 총리가 화가 나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레이더 조준 논란에 우리측이 반박하자 아베 총리가 폭발한 것 같다는 것이 지지통신의 설명이다.

그러나 도쿄신문에 따르면 방위성의 담당자조차도 공개된 영상에 대해 "영상만으로 레이더 조준을 증명하기에는 한정적"이라고 인정할 정도로, 해당 영상은 일본측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한일간 레이더 갈등은 지난 20일 시작됐다. 우리 해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은 당시 동해상에 표류중인 북한 조난선박을 구조중이었는데, 일본은 이 과정에서 한국측이 상공을 비행하던 해상자위대 P1초계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의도적으로 수차례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격통제 레이더란 미사일·포탄 공격 타깃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공격의 전제로 간주된다.

한국 군당국은 광개토대왕함이 조난된 북한 어선을 수색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을 뿐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사격통제 레이더는 가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은 증거가 있다며 28일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방위성이 공개한 이 영상은 13분8초 분량으로, 사건 당일인 20일 자위대 초계기 P1이 동해 상공에서 촬영했다.

초계기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기내 모습은 담기지 않았으며, 우리 해군이 수색중이던 북한 어선으로 보이는 배와 이를 구조하는 고무보트 등이 찍혔다. 자위대원이 P1에 레이더가 조준됐다고 보고하는 음성 등이 녹음됐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일본측이 공개한 영상은 단순히 초계기가 해상에서 선회하는 장면과 조종사의 대화장면만이 담긴 것으로 일반상식적인 측면에서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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