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올해는 은행권에 있어 위기의 한해가 될 것이다” 이번 시중은행 CEO들의 신년사에서 나온 공통적인 문장이다.

은행업권은 올해 최대의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내년 적용될 규제와 경기전망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각 은행들의 전략 역시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올 한해 시중은행들의 영업전략을 살펴본다.

▲국민은행,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과 '투트랙 글로벌 사업' 추진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내년의 경영 방향에 대해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 소비방식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이제는 ‘디지털 실력’, ‘기민함’과 ‘효율성’이 은행의 미래 생존조건이 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했다.

KB그룹은 이에 발맞춰 최근 '디지털 혁신 부문'을 신설해 허 행장이 부문장으로 취임하는 등 조직을 새로이 개편했다. 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25년까지 4000여 명의 디지털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허 행장은 “은행원은 ‘전천후 금융 컨설턴트’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 행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문가 양성코스인 디지털 아카데미 등의 연수 프로그램을, 올해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는 디지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내 ‘리딩뱅크’로서의 면모와는 다르게 해외 진출이 미비했던 만큼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현재 2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소액중기대출 위주로, 금융시스템이 안정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CIB(기업투자금융) 위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디지털 통합’과 ‘글로벌 영토 확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올해 전략 목표를 ‘관점의 대전환’이라 밝혔다.

위 행장은 신년사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예로 들며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환경에 맞서기 위해 변화를 추진하지만 기존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면 성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한은행의 내년 전략은 ‘디지털 통합’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두가지로 키워드를 제시했다.

우선 ‘쏠(SOL)’ 앱으로 대변되는 전 그룹의 디지털화 통합으로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이는 비대면 영업 창구뿐만 아니라 금융상품과 부동산 등을 활용한 다른 분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의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규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위 행장은 글로벌화 역시 핵심 전략임을 드러냈다. 해외채널의 현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글로벌 전문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 순이익을 전체의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바 있다.

현재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작년 3분기까지 글로벌 영업이익으로 348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순이익 2조2043억원의 13.5%를 차지하는 큰 규모로 차후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아시아 리딩 그룹’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와 '디지털 인재 영입'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신년사 올해 경영목표를 ‘위대한 은행 도약’으로 선언하며 핵심 경영전략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를 꼽았다.

손 행장은 "내년에도 국내에서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은행의 성장을 위해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국내 최초로 글로벌 은행 20위권에 진입한 바 있다. 그동안 캄보디아 등 동남아 상업은행을 인수하고 현지법인을 신설했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 8개 국가에 진출하는 등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도 올해 우리은행의 주요 과제다. 지난 달 영업지원부문에 소속됐던 '디지털 금융그룹'을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는 국내 부문에 전진 배치하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황원철 전 하나금융투자 상무를 영입하며 디지털 부문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외에도 디지털 관련 인재 추가 영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빅데이터센터 신설과 차세대 ICT구축단과 ICT지원센터를 'IT그룹'으로 통합 재편했다.

또한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정보보호단을 '정보보호그룹'으로 격상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 'GLN'를 통한 글로벌 핀테크 사업 추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과 변화로 기존 금융 회사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하나은행의 올해 핵심 사업은 ‘GLN(Global Loyalty Network)’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GLN은 전세계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의 디지털 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사업으로 하나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핀테크 사업이다.

신년사에서 김 회장은 “다양한 플랫폼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결국 결제와의 연계가 핵심”이라며 “GLN을 통해 해외 어디서든 간편한 결제가 가능하다면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라인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디지털 뱅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그룹 내 글로벌 부문 이익 비중을 40% 이상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의 순이익 증가에는 가계대출에 기반한 것이 크다”며 “내년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은행들의 순이익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대면채널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성장 기대치가 높다”며 “해외진출도 디지털 전환도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외진출도 확대되겠지만 결국은 국내 대출 시장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며 “다만 경기가 불안한 만큼 각 사는 리스크 관리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올 한해 은행들은 한정된 파이를 나눠 먹기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디지털화를 통해 방카슈랑스와 같은 새로운 분야의 결합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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